2024년 12월 19일(목)

설날에 받는 '세뱃돈'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어린 아이들이 설을 학수고대하는 것은 뭐니뭐해도 주머니를 모처럼 두둑해지게 하는 세뱃돈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은 귀경길 자가용 뒷좌석에서 평소 용돈보다 훨씬 많은 세뱃돈으로 무엇을 할지 상상하며 설렌다.

하지만 그들의 꿈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조수석에 탄 엄마가 어떤 말로 속여 그 돈을 지갑에 넣을지 이미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년 설 때마다 유쾌한 긴장감을 만드는 세뱃돈은 언제부터 우리 삶에 자리 잡았을까.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세뱃돈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그리 먼 옛날이 아닌 18세기 후반이다.



실학자 유득공이 정조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세시풍속지 '경도잡지'(京都雜志)에 보면 '문안비'라는 말이 나온다.

문안비란 '문안 인사를 전하는 노비'다. 즉 너무 먼 곳에 살아 직접 명절 인사를 갈 수 없는 윗사람에게 아랫사람이 노비나 집안의 어린 아이를 보내 인사를 대신 전하는 것이다.

이때 아랫사람은 문안비에게 귀한 음식이나 과일을 들려 보냈고, 윗사람은 답례 및 여비 차원에서 소정의 돈을 건넸다.

이 돈을 세뱃돈의 기원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세배의 전통적인 의미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 작년 한 해, 특히 겨울을 무사히 넘긴 것을 축하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윗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나이나 항렬을 따져 아직 세배를 받기 이르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는 세배를 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친인척 뿐 아니라 동네 어르신에게도 세배를 드렸지만 그런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마을에서 제일 연장자거나 신분·지위가 높은 어른에게 마을 청년들이 몰려가 세배하고 술상을 대접받는 문화가 있었다.

동네 어르신에게 세배를 올리는 풍경은 1970∼1980년대까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핵가족 사회가 되고 이웃 간의 교류가 약해지면서 세배는 집안 내에서만 하게 됐다.



20세기 중반까지는 세뱃돈 대신 선물을 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차츰 현금을 주는 것이 보편화했다. 세뱃돈을 줄 때는 지갑에서 바로 꺼내서 주면 안 되며, 미리 빳빳한 신권을 준비해 받을 사람의 이름을 적어놓은 봉투에 넣어서 줘야 한다.

세배를 하는 방식도 현대에 들어서 전통이 많이 깨졌다고 민속학자들은 지적한다.

아이들은 절을 하면서 동시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예의에 어긋난다.

우리 전통 예법은 말없이 절을 먼저 한 다음 어르신이 덕담을 건네면 그제야 "건강하세요" 등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은 "절을 하든 인사를 하든 말이 행동을 앞서면 예의에 어긋난다"며 "인사를 할 때도 행동으로 인사를 먼저 하고 나서 말을 건네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