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6년 유럽 순방길에 일본 영공을 통과하면서 일왕을 '천황폐하'라고 표현한 '기상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11일 외교부는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년 만에 비밀 해제된 1986년 외교 문서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외교 문서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986년 4월 5일 유럽 순방길에 일본 영공을 통과하면서 히로히토 일왕에게 '기상(機上)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메시지에서 전 전 대통령은 "폐하. 본인은 아름다운 귀국 영공을 통과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신하여 폐하께 정중한 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본인은 1984년 귀국 방문 시 폐하와의 만남을 기쁜 마음으로 회상하면서, 이 기회를 빌어 폐하의 건안과 귀왕실과 귀국민의 무궁한 번영과 행복을 기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을 방문하는 것도 아닌 유럽 순방길에서 일왕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표했다는 것은 히로히토 일왕을 향한 전두환의 '충성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당시 유럽 순방에서 의전과 경호 문제 등으로 상대국과 진통을 겪었다.
전 전 대통령은 1986년이 한·프랑스 수교 100주년임을 감안해 '국빈 방문'을 요청했지만 공식 방문으로 결정됐다.
또 한국 측은 공동성명 발표를 원했지만 프랑스 측은 미테랑 대통령이 복잡한 의전 절차를 기피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이 과도한 의전과 경호를 요구한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1986년 3월 25일 주 스웨덴 대사는 스웨덴 외무성 아주 국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대통령(전두환) 각하의 구주(유럽) 순방 시기에 북괴요원 및 친북 인물들이 명확한 목적 없이 구라파(유럽)를 여행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방문 목적이 불명확한 인물의 주재국(스웨덴) 출입국을 감시하는 데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그해 4월 스위스 외무성 의전장은 장명관 외무부 의전장과의 오찬에서 "한국 정부는 80명 외 경호원의 무기 휴대를 신청했다. 그런데 이를 허가하기에는 너무 많다"며 "레이건 미국 대통령 방문 시 25정을 반입했다. 한국의 특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40정만 반입해 달라"고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