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희재 기자 =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2012년 국내 최초로 가상 결혼 예능 프로그램의 장을 열며 시작해 올해로 6년차에 접어든 장수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가상 결혼'이라는 신선한 포맷과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는 가상 부부들의 사이가 '우결'을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있게 했다.
하지만 대본 논란, 출연진들의 열애설, 결혼 등 각종 논란이 연이어 터지며 그 진실성을 의심하게 된 데다 부부가 바뀌어도 반복되는 내용은 대중들이 '우결'을 식상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식상함을 느끼게 된 대중들은 '우결'을 외면하게 되었고 결국 '우결'의 시청률은 4% 이하로 추락하는 굴욕까지 겪고 있다.
더이상 '우결'을 보지 않아도 우리는 '우결'에서 전개될 부부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족히 떠올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결'을 더이상 진실하게 느끼지 못하고 식상하게 만든 '우결' 속 반복되는 뻔한 12가지 코스를 알아보자.
1. 프러포즈
새로운 부부가 투입되면 프러포즈는 꼭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공명은 정혜성에게 반지를 건네며 프러포즈를 했고 에릭남은 솔라를 위해 달콤한 프러포즈 송을 부르는 등 결혼하면 빼놓을 수 없는 프러포즈를 늘 빼놓지 않고 가상 부부에게 수행하도록한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라고, 이제 필수코스가 되어 버린 프러포즈 미션은 더이상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기 어렵게 됐다.
2. 신혼집 입주
새로운 부부는 꼭 '우결'의 미션 봉투에 쓰여있는 집 주소로 찾아가 신혼집에 입주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분명 초창기 '아담 커플'이 컨테이너 박스에 마련된 신혼집에 입주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까지만 해도 이러한 장면은 제법 신선하고 달달해 보였다.
하지만 가상 부부가 함께 장을 보고, 신혼집을 꾸미는 행복한 신혼의 모습을 연출하는 노림수가 늘 한결같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진다.
3. 웨딩사진 촬영
보통의 실제 부부라면 웨딩 촬영과 결혼식을 마치고 결혼 생활을 시작하기 마련이나 가상 결혼 생활인 '우결'은 이와 반대로 결혼 생활 시작 후에 웨딩촬영을 진행하곤 한다.
이 과정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달달하게 바라보는 신랑의 모습과 "신부가 예쁘고 새롭게 보였다"고 말하는 가상 신랑의 인터뷰 장면은 빠지지 않는 우결의 필수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웨딩 사진 촬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선사하기에는 너무 식상해졌다는 평가다.
4. 신혼여행
결혼 생활이 조금 진행되다 보면 가상 부부들은 어느날 신혼여행 미션을 받게 된다. "ㅇㅇ으로 신혼여행을 떠나 사랑을 키워 보세요"하는 미션과 함께 가상 부부는 환호성을 지르고 다음 회에 우결은 그들이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난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머물 것도 아니면서 괜히 로맨틱한 분위기의 호텔방 안에서 거짓으로 침대에 누워 분위기를 잡기도 하고, 소량의 와인을 함께 마시거나 풀장에서 수영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며 신혼여행의 느낌을 내 본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겐 그 모습들이 너무 빤한 거짓 같아 더이상은 조금은 오글거리는 느낌으로 다가올 뿐이다.
5. 서로의 가족만나기
단순한 '커플'이 아닌 '부부'라는 차별성을 강조하고 싶어서일까. 결혼 생활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우결' 제작진은 미션을 통해 부부의 실제 집에 방문하게 한다.
그리고 실제 상대방의 가족들을 만나서 사위와 며느리로서의 역할 놀이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는 한다.
스타들의 실제 가족을 보는 재미가 어느 정도 있다고는 하나 시청자들로 하여금 주말 연속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해 식상함을 안기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
6. 요리 해주기
물론 연인이 나를 위해 만들어 준 요리를 대접받는 것이 모든 많은 남녀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초창기 '우결'에서 서로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사이좋게 나눠 먹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대리설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부부만 바뀌었을 뿐 같은 장면이 반복되다보니 더이상 설레지 않을 뿐더러 과연 실제로 완성된 음식이 TV 속 연예인들이 직접 만든 게 맞을까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7. 연예계 지인 혹은 본인이 속한 그룹 멤버들 초대
가상 결혼 초반의 많은 미션들이 지나갈 때 즈음 우결은 부부의 지인들을 초대하도록 하는 미션을 내린다.
부부 중 한 명이 아이돌이라면 반드시 지인으로 그 멤버들이 출연해 폭로전을 벌이는 것은 매우 기본 중의 기본 루트.
이젠 새 부부가 등장하면, 곧 '친한 지인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하겠구나'라는 것을 누구든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자주 나온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8. 스킨십
'우결'은 늘상 그 '진실성'을 의심 받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 하게도 '진실성'을 추구한다. 현실인지 거짓인지 헷갈릴 정도로 서로에게 마치 마음이 있어보이는 것 같은 진실한 남녀의 모습을.
그러므로 이의 연장선상에서 남녀의 사이가 '꽤 밀접한 관계'임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주는 '스킨십'은 단연 필수적인 요소다.
게임을 통해 스킨십을 하고 부끄러워 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커플 화보 촬영을 통해 농도 깊은 스킨십을 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보여주며 결혼 생활의 판타지를 보여주곤 한다.
9. 몰래카메라
'우결'에서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바로 몰래카메라(몰카)다.
가상 부부의 지인들을 초대해 그들에게 몰카를 하거나 서로에게 이벤트를 위해 몰카를 하는 등 한 회 분량으로 몰카를 자주 사용하곤 한다.
주로 사소한 것으로 다투게 되는 상황을 연출하곤 하는데, 물론 몰카는 여지없이 실패하지 않으며 가상 부부들은 꼭 몰카 후에 한층 돈독해진 사이를 자랑하게 되곤 한다.
10. 서프라이즈 이벤트
가상 부부의 생일 혹은 기념일에 등장하는 서프라이즈 이벤트.
꽃과 은은한 촛불 등의 소소한 소품들은 이벤트를 더욱 화려하게 장식해주며 이벤트를 받은 후 카메라를 향해 감동 받은 표정을 보여주는 것은 덤이다.
물론 개인 인터뷰로 이벤트에 대해 "정말 감동이었고, 고마웠어요"라고 상대방에게 메세지를 전하는 것 역시 빠지지 않는 장면이다.
11. 부부동반모임
'우결'은 명절이 오면 한복을 입은 가상 부부들이 한 곳에 모인 단란한 분위기를 보여준다거나 팀을 나눠 게임을 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곤 한다.
부부들이 함께 모였을 때 음식을 해 나눠 먹는 모습은 '우결'을 봤던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떠올릴 법한 장면이다.
때로 함께 동반으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부부들이 모였을 땐 각기 다른 부부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비해 보여주는 루트를 타기도 한다.
12. 눈물의 이별
기나긴 우결의 결혼생활이 마무리 되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하차를 앞두고 촬영하는 마지막 촬영분에서의 눈물의 이별이다.
결혼생활을 마무리 하는 부부들은 마지막으로 추억의 장소에 찾아간다거나 마지막 이벤트를 한 후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며 개별 인터뷰에서 서로의 앞으로의 행복을 빌어준다.
여기서 대부분의 멘트는 "멀리서도 늘 응원할게"인데 '우결'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의 가상부부들은 응원은 커녕 웬만해선 다시는 마주치지 않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깔끔한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을 씁쓸하게, 혹은 기쁘게 만들곤 한다.
이희재 기자 heej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