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정 역사상 가장 중대했던 결정을 내리기 위해 8인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수도승'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이 결정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9일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헌법재판관들은 탄핵 심판을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그동안 재판관들은 40박스에 달하는 수천 건의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며 총 20차례의 재판과 25명의 증인신문을 거쳐왔다.
92일이 지나는 동안 재판관들은 사적인 약속은커녕 점심식사를 위해 청사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구내식당, 배달음식,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사안이 중했던 만큼 재판관들은 '보안'을 기하기 위해 심판을 준비하는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거의 차단했다.
취재진들 역시 재판관들의 목소리를 단 한 번도 들을 수 없었다며 그 철저함에 혀를 내둘렀다.
재판관들이 받아야 했던 심리적 압박도 엄청났다.
선고일 확정 발표만 남겨둔 상황에서 재판관들의 신상정보가 SNS를 통해 유출돼 갖은 협박과 살해 위협을 받았다.
헌재 연구실을 사용하는 연구관들은 "시민들의 함성과 구호 소리에 연구를 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선고가 있던 당일 머리에 '헤어롤'을 단 채 출근한 이정미 권한대행의 모습은 그동안 재판관들이 얼마나 정신없이 탄핵심판을 위해 달려왔을지 가늠케 한다.
한편 헌법재판관의 신변 보호를 위해 24시간 근접 경호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오는 13일 자리에서 물러나는 이 권한대행 역시 퇴임 후에도 경찰의 근접 경호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