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한계를 극복하고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위를 바라봐야 한다. 밑을 바라보는 순간 두려움이 밀려온다"
2014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부분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김자인 선수의 가장 큰 적은 '두려움'이었다.
그녀는 "클라이밍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오르는 산의 높이가 아니다. 아직 올라가야 할 루트가 남아있지만, 힘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라며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다음 홀트에 다다르기 위한 한 동작 한 동작은 스스로를 옥죄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다음 동작에 실패해서 다시 밑에서 올라야 한다면 완등을 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꿋꿋이 한계에 도전했고, 비로소 가장 큰 적인 두려움을 이겨냈다.
결국 지난 2014년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 선수권대회 리드 부분 우승, 2015년 1월 기준 리드 부문 세계 랭킹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녀의 최종 목표는 우승과 세계 1위, 그 무엇도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스포츠클라이밍은 '암벽등반'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녀에게만큼은 남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클라이밍을 재밌는 놀이처럼 즐겨왔던 그녀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했던 성격 탓에 열심히 등반하기 시작했고, 클라이밍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는 더 이상 잘하기 위해서가 아닌 '재밌어서' 클라이밍을 계속하게 됐다.
김자인 선수는 "클라이밍은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아 그 상대를 이기려고 하는 운동이 전혀 아니다"라며 "단지 암벽을 오르며 나 자신을 넘어서는 싸움. 그게 너무 재밌다"라고 말할 정도로 클라이밍을 즐겼다.
그랬던 그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13년 4월, 프랑스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예선에서 과제를 수행하고 암벽에서 내려올 때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매트에 착지하며 '뚝'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다리에 고통이 밀려왔고, 병원으로 옮겨진 그녀는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담당 의사는 곧바로 수술할 것을 권했지만 3개월 뒤에 있을 시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재활을 택해야 했다.
찌를 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이를 악물고 암벽을 오르내렸다.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덕분에 심리적인 두려움을 극복할 힘을 얻은 것이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그녀는 동양인 최초로 세계 클라이밍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암벽 여제'로 불리게 됐다.
김자인 선수는 "경기에 맨 마지막 선수로 나서며 상당히 긴장했다. 모두 마지막 문턱에서 좌절했고, 나는 그것만 넘어서면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두려움이 가장 큰 적이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암벽을 등반할 수 있지만 예전에 떨어져 부상을 당한 기억이 너무 강렬해 트라우마가 생긴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또한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다. 결국 나는 내 두려움을 딛고 정상에 섰다"고 말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이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그녀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반드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가장 즐거운 등반을 하는 것이다.
여전히 암벽을 등반할 때마다 트라우마 탓에 심리적인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녀는 열정과 강인함으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위를 바라본다고 한다.
김자인 선수는 한계는 언제나 자신의 위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