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영문도 모른채 끌려갔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룬 영화 '눈길'이 개봉했다.
'눈길'은 이유도 모른채 맞고 몹쓸 짓을 당한 두 소녀의 비극적인 운명을 애닳프게 그렸다.
"죽는게 무섭니? 사는게 더 두렵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러 가는 영애의 처절한 뒷모습은 모든 관객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다.
겨울 풍광을 배경으로 소녀들의 비극을 담담하게 표현해 더 슬펐던 '눈길' 속 명대사를 소개한다.
1. 강영애(김새론) "죽는게 무섭니? 죽지 못해 사는게 더 무서워! 살려면 너나 굽신거리면서 그렇게 살아! 내버려 두라고!"
예쁘고 공부도 잘했던 부잣집 딸 영애.
자존심 강했던 영애는 일본군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는 현실보다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판단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애썼다.
이 대사는 죽는 것을 말리는 친구 최종분(김향기)에게 울부짖으며 한 말이다.
2. 최종분 "영애야, 죽는게 제일 쉽다... 살아서 돌아가야지"
지옥 같은 삶에 죽고 싶어 하는 영애를 종분이 다독이며 한 말이다.
영화에서 종분은 영애에게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희망을 계속 불어넣어 준다.
3. 강영애 "난 아무한테도 말 안할거야. 엄마한테도 말 안해. 방직공장 갔다 그래야지. 끼익, 끼익. 솜태기계 돌아가는 소리 들으면서 새 하얀 목화솜 누빈 이불에서 매일 밤 꿈같이 잠들었다 그래야지... 밖에 나돌 일 없어 내 얼굴도 목화솜 마냥 하얘졌다 그래야지"
일본군으로부터 도망 나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영애가 종분에게 한말이다.
영애는 스스로 선택한 일이 아님에도, 일본군에게 당한 치욕스러운 일을 가족에게 숨기겠다고 말한다.
부모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부모에게마저 버림받을까 두려웠던 2가지 마음이 뒤섞인 것으로 보인다.
4. 강영애 "우리 매 맞고 쓰러져있을 때 말야... 그때도 하늘 정말 파랬어"
일본군이 쏜 총에 맞은 영애가 죽기 직전 내뱉은 말이다.
소녀들은 소박한 일상조차 누릴 수 없었음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5. 강영애 "네가 이 애들 꼭 기억해야 돼.. 먼저가. 내 곧 따라갈게"
영애는 죽기 전 종분에게 함께 끌려온 친구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위안부' 문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역사지만, 분명 기억해야만 하는 역사임을 느끼게 해준다.
6. 장은수(조수향) "그거 부끄러운거 아니야. 그 새끼들이 잘못한 거지"
할머니가 된 종분은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옆집 소녀 장은수는 "부끄러운거 아니야"라고 종분을 위로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가 부끄러워야 할 역사가 아닌, 일본이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역사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상처 치유를 위해 정부는 일본에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내야겠다.
7. 종분 엄마(장영남) "종분아~ 종길아~ 밥 먹자!"
'위안부'로 끌려간 종분을 찾으며 울부짖었던 엄마.
종분의 동생 종길 역시 일본 군사에게 강제 징용으로 끌려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 한 맺힌 엄마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밥'을 먹자고 하며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 지를 수밖에 없었다.
8. 강영애 "아버지 이름은 '칸노 마츠하라다'입니다"
일본 신식 학교에 다녔던 영애는 교사가 아버지 이름을 묻자 '칸노 마츠하라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교사는 영애의 아버지가 창씨 개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영애의 뺨을 때리며 "네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쳤냐"고 계속 폭행을 가했다.
일본 이름을 써야만 인간 대접을 받았던 당시의 암울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