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수람 기자 = "부모님께 제가 느낀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3년 전 퇴사 후 떠났던 여행에서 큰 동기부여를 얻어 재취업에 성공한 이현주(29) 씨는 지난 1월 부모님 결혼 30주년을 맞아 '리마인드 웨딩'을 선물하기 위해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다.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이현주 씨는 "제가 보고 느끼는 것들을 부모님 세대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을 것 같아 부모님을 설득해 여행을 가게 됐다"고 여행 동기를 전했다.
이어 "엄마아빠 세대라면 한 번쯤 꿈꿀 '리마인드 웨딩'을 테마로 잡고 드레스와 턱시도, 커플 아이템 등을 직접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이 씨는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인상 깊게 봤던 부모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여행지를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정한 뒤 한 달에 걸쳐 꼼꼼하게 여행을 기획했다.
첫 여행지인 파리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하얀 드레스와 티아라를 쓴 어머니와 턱시도에 나비 넥타이를 맨 아버지는 낯간지럽다고 부끄러워 하면서도 신혼부부처럼 즐거워하셨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또한 "숙소에서 전기가 나가 초를 켜고 라면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즐거워서 웃음이 나더라"며 "(부모님께서) '나이가 들면 기억하는 것보다 잊는 것이 늘어나는데 우리가 언제 또 와보겠냐'며 '딸이 허투루 여행한 것이 아니네'라는 말을 하셔서 먹먹했다"고 에피소드를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여행을 하면서 이 씨는 부모님과 700장이 넘는 사진을 추억으로 남긴 것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딸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위험하다며 탐탁지 않아 하셨던 부모님이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여행에서 이 씨는 오히려 더 값진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 씨는 "부모님은 여행을 즐기지 않는 분들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며 "우리가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 부모님에게는 얼마나 큰 결심이 필요한지 깨달았다"며 더 자주 여행을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친구, 연인과 함께 하는 여행도 좋지만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배수람 기자 baeb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