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용 오토바이를 타고 단란한 한 때를 보내던 일가족이 순식간의 사고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그런데 사고 당시 생후 3개월을 갓 넘긴 딸은 어머니가 사망 직전까지 꼭 품고 놓지 않아 기적적으로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15일 경남 함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A(30)씨는 지난 14일 오후 5시5분께 함양군 병곡면 백암산 비포장 임도에서 1주일 전 구입한 레저용 사륜 오토바이를 몰았다.
동갑내기 아내와 5살 난 아들, 그리고 생후 100일가량된 딸을 데리고서였다.
A씨는 본인 뒤에 아들, 그 뒤에 아기띠를 매고 막내 딸을 품에 안은 아내가 타도록 했다.
평소 오프로드 운전·캠핑 등 가족과 함께 레저활동을 즐기던 A씨는 운행 전 본인을 포함, 아내와 아들에게 안전모를 착용하게 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임도를 한창 달리던 중 사고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오후 5시 20분께 백암산 8부 능선에 이르러 내리막 커브길을 달리던 A씨 오토바이는 커브를 제대로 돌지 못하고 10m 언덕 아래 임도로 추락해 옆으로 넘어졌다.
사고 충격으로 A씨 아내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A씨도 갈비뼈 등이 부러졌고, A씨 아들은 다리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렇지만 A씨 아내가 끝까지 품에서 놓지 않은 막내 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다치지 않았다.
한 구급대원은 "현장 출동 당시 가족 모두가 오토바이 차체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상황이었다"며 "아기는 눈에 띄는 외상이 없었다"고 전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도 "가족이 숨지거나 크게 다진 와중에도 아기가 무사한 점을 보면 어머니가 아기를 끝까지 끌어 안아 보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 딸은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저활동 중 아내를 잃은 A씨는 사고 직후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한동안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은 주행 중 커브길을 돌다가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A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