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오후 6시께 경기 가평경찰서 앞 도로에 주인을 잃은 강아지 한 마리가 서성였다.
날은 이미 어둑해졌고 자칫 차에 치일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경찰서 정문 초소를 지키던 의무경찰 대원이 강아지를 초소 앞에 데려다 놨다.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된 어린 강아지였다.
대원들은 강아지를 하룻밤 돌봐줬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인근의 유기견센터로 보내야 했다.
대원들은 매일 유기견센터의 소식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주인의 연락은 없었고 강아지를 입양하겠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강아지를 데려가는 사람이 2주 동안 나타나지 않으면 센터에서 안락사를 시킨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대원들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결국 지난달 23일 새로 부임한 112타격대장 유승형 경사에게 이 같은 안타까운 사정을 알렸다. 의경 대원들은 자신들이라도 강아지를 입양해서 안락사를 막을 수 있다면 안락사를 막고 싶다고 간절히 요청했다.
실제로 유기견센터에서는 약 한 달 정도의 유예 기간을 두긴 하지만, 안락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유 경사는 대원들의 뜻을 수락해 자신의 이름으로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했다. 대원들은 환호했다.
안 쓰는 계급장과 경찰 마크 패치 등으로 강아지 옷을 만들어줬다. 또 가평의 대표 농산물인 '잣'에서 착안해 이름을 '잣돌이'로 짓고, '명예 의무경찰'로 위촉했다.
위촉장은 의경 최고선임인 조권훈(23) 수경이 수여했다.
유 경사는 9일 "대원들이 매일같이 잣돌이가 안락사를 당할까 봐 걱정하면서 차라리 경찰서 마스코트로 입양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면서 "잣돌이가 경찰서 앞을 지키고 있어 분위기도 훨씬 밝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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