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옥시, 티몬, 남양유업, 유니클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불매운동' 대상으로 많이 거론되는 기업들이다.
항의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불매운동'은 이제 부정적인 이슈가 터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많은 소비자가 불매운동의 취지에 동감한다. 큰 사건이 발생하면 소비자단체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불매운동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전문가들은 불매운동이 궁극적으로 기업 실적에 영향을 주지 못해도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 뇌물공여 혐의,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유 있는 불매운동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대부분 기업 혹은 관계자가 부적절한 일에 연루되거나 불미스러운 발언 또는 행동을 했을 때다.
검찰은 지난달 뇌물공여 등 혐의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삼성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글이 빗발쳤다.
삼성은 이전에도 근로자들의 백혈병 문제로 여러 차례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최순실씨의 제부가 운영하는 서양네트웍스의 경우, 어린이 브랜드 블루독·밍크뮤·알로봇 등이 '맘 카페' 등을 중심으로 불매 운동 표적이 됐다.
회사 대표의 아들이 비행기에서 난동을 핀 두정물산,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미스터피자, 대표의 할아버지가 유신시대 중앙정보부장이었던 티몬 등도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해외 기업도 불매운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일으킨 옥시, 한국법인 사장이 촛불집회 비하 발언을 한 자라, 이월제품 가격 논란을 일으킨 유니클로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포에버21과 H&M 등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 불매운동, 보이는 것만큼 효과 있을까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할 기업들의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고, 소비자단체들이 대대적인 불매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소비자단체들이 현재도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옥시는 지난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철수했다. 이 회사 제품인 손 세정제 데톨, 표백제 옥시크린, 제습제 '물먹는 하마' 등이 수년간 지켰던 분야별 1위 자리를 다른 기업들에 내줬다.
2013년 대리점에 갑질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남양유업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불매로 당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2014년 고객에게 경품 사기를 저지르고 직원에게는 저임금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불매운동 대상이 됐던 홈플러스는 이후 지속적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슈가 부상했을 때에만 잠깐 흔들릴 뿐이다. 그 타격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서양네트웍스의 블루독은 지난해 10월 처음 관련 보도가 나온 후 11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다. 12월에는 다시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
옥시 제품은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을 체불했던 애슐리도 매출이나 고객 수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 불매운동, 소비자 운동의 꽃…자발적인 동참이 중요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기업에 대항해 집단적인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단체 입장에서 불매운동은 기업에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거나 성명 혹은 보도자료를 내는 등 갖은 수단을 강구한 후에 꺼내 드는 최후의 카드"라며 "매출 등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아도 그 기업에 반대한다는 선언적인 의미가 있는 소비자 운동의 꽃"이라고 강조했다.
임 사무총장은 "불매운동은 국민의 호응을 끌어내 소비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소비자들이 윤리적인 소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총장은 "단체만으로 불매운동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며 "지금처럼 개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이슈 때마다 불매운동에 동참하거나 촉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불매운동이 좀 더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 사무총장은 "옥시의 경우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비중이 높으니 그쪽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운동을 전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궁극적으로는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동참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불매운동하는 동시에 대체 제품의 구매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회적인 분위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대체재로 뭘 사야 할지 몰라 결국 불매운동 제품을 다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으니 그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