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유치원 원장·교사)는 결국 정상적으로 본인들 생활하고 있는데, 결국 피해자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 원통합니다."
폭염 속 유치원 통학버스에 방치돼 반년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A(5)군 가족에게 지난 세월은 원통함과 억울함의 시간이었다.
25일 이 사건의 가해자인 인솔 교사와 버스기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항소심이 끝나고 A군 어머니 B(38)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이를 간병하며 우리 가족의 삶은 모두 망가졌다. 24시간 아이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재판에 올 수 있는 시간조차 없다"며 심경을 털어놨다.
B씨는 "언제 어디서나 이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결국 피해자만 항상 손해를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A군은 지난해 7월 폭염 속에 8시간 가까이 방치됐다가 뒤늦게 발견돼 광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설 연휴 기간인 29일이면 사고를 당한 지 6개월이 된다.
A군은 눈 깜박임, 하품, 재채기 같은 무의식적인 움직임 외에는 외부 자극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가 호흡을 하고 있지만 음식은 액체 형태로 코에 꽂힌 튜브를 통해 공급받아야 하는 상태라고 B씨는 전했다.
치료 중 수퍼박테리아균 일종인 VRE균에 감염돼 격리 치료실로 옮겨졌고, 고열, 뇌 손상 등으로 위태로운 상황도 여러 번 겪었다.
B씨는 매일 24시간 아들 곁을 지키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챙겨볼 여유조차 없었다.
기본 치료비는 보험으로 처리되고 있지만 A군 가족이 내국인이 아닌 중국 동포라는 점 때문에 간병 등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나마 이어지던 민간단체나 개인 후원도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
한 달간 회사까지 쉬며 함께 병간호하던 A군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다시 직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치료비, 간병비 때문에 생활조차 꾸리기 힘든 형편이다.
A군의 투병이 장기화하면서 지자체도 도움을 줄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내국인이 아니여서 별다른 지원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 후 광주시교육청이 이 유치원 원장과 주임 교사에게 해임 처분을 내렸지만 교육부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무효 결정을 내렸다.
또 이 유치원에 대해 폐원 조치를 내렸지만 법원에서 취소됐다.
현재 해당 유치원은 정상 운영되고 원장과 주임 교사도 근무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유치원 인솔교사 정모(29·여)씨와 버스 기사 임모(52)씨에게는 이날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이 6∼8개월의 금고형이 선고됐다.
출석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주임교사 이모(35·여)씨에게는 금고 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금고형은 징역형처럼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동은 하지 않는 형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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