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10년간 '거대 권력' 삼성전자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직업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가족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에서는 10년째 삼성전자와 싸우고 있는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황 씨의 딸 유미 씨는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내주기 위해 상고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 입사했다.
그러나 유미 씨는 입사 1년 8개월 만에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유미씨의 업무는 반도체 원판을 화학물질에 담가 불순물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유미 씨와 함께 2인 1조로 일을 했던 동료도 같은 병으로 사망했다.
건강했던 유미 씨가 일을 시작하고 자주 아프고 결국 백혈병에 걸려 사망하자 황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그러나 공단은 공장에서 백혈병을 유발하는 물질인 벤젠이 확인되지 않은 점을 들어 유미 씨의 사망 원인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공장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지만, 삼성 측은 '영업 비밀'이라는 말을 하면서 공장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법정 싸움에 들어갔다.
2014년 삼성전자 권오현 부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하며 산재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안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황 씨는 10년째 삼성과 싸우고 있다.
그러는 동안 지난 15일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에서 일하던 33세 김기철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김 씨는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사망한 79번째 노동자였다.
지금 이시간에도 황 씨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직업병으로 사망한 노동자 유가족들은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