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문지영 기자 = "평소에도 잘 들리던가"
손석희 앵커가 선거를 앞두고 너나 할 것 없이 재래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15일 발생한 여수 수산시장 화재를 돌이켜 보며 선거철만 되면 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서민 코스프레'를 꼬집었다.
우선 손 앵커는 "암 것도 안 남고 다 타버렸소"라는 여수 수산시장 피해 상인의 말을 전한 뒤 "설 대목을 앞둔 점포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고 상인들의 마음은 재가 됐다"며 화재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시장을 '삶과 추억을 오롯이 품고 있는 곳, 그래서 민심을 훔쳐볼 수도 있고 잘만 하면 민심을 훔칠 수도 있는 곳'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는 이런 시장이 또다시 붐비게 될 것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서민 코스프레'를 위해 시장을 방문하는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손석희 앵커는 "한 달 전에 대통령은 불에 타 재가 된 그곳(대구 서문시장)을 10분 동안 방문했다"며 "특정 시기만 되면 시장통 어묵을 입에 물고 봉지에 담은 콩나물 천 원어치를 받아들던 어색한 정치인들의 손과 표정들"이라고 말했다.
손 앵커는 "사실 관용차로 출퇴근을 하고 고급 식당이 일상화되어 있을 그들이 버스 요금을 알고 재래시장을 다닌다는 것은 누가 봐도 보여주기인데"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오랜만에 돌아와서도 처음으로 택한 방법이 바로 그 '보여주기'였다"며 최근 귀국한 반기문의 턱받이 논란 등 '서민 코스프레'논란을 정면 비판했다.
손 앵커는 "익숙지도 않은 무언가를 어떻게든 해보려 애쓰다 오히려 구설에 오른다.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사이, 그들이 정작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와 함께 그는 애통한 상인들의 마음처럼 정치로 인해 상처 입은 시민의 마음을 보듬는 것이 진정 정치인들이 챙겨야 할 임무임을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손 앵커는 "뜨끈한 온기와 추억, 삶이 비벼지는 곳. 서민의 땀내 가득한 그곳, 시장에 정치인들만은 붐비지 않았으면. 아니면 평소에도 잘 들르든가"라는 가슴 뻐근한 지적으로 앵커브리핑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