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월급은 그대로인데…서민 생필품 다 올랐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서민들의 생계가 불황과 치솟는 물가에 치어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는데, 식품과 생필품, 각종 서비스요금만 크게 뛰니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자녀의 입시나 취업을 위해 많게는 한 달에 수 백만원씩 이르는 사교육비까지 대려면 결국 먹고 입고 노는 모든 씀씀이를 줄여야 하고, 소비 위축은 다시 경기 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소득 증가율 0.7%…10% 넘게 뛴 농축산물은 '수두룩'


17일 통계청 가계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444만5천435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전인 2015년 3분기(441만6천469원)보다 불과 0.65% 늘어난 것으로 사실상 제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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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2인 이상 가구를 따로 봐도, 1년새 월 소득은 486만1천702원에서 494만2천837원으로 1.66%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서민들의 체감 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공식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2016년 12월 기준)에 비해 훨씬 높다.


연합뉴스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통계(KAMIS)에서 지난 6일 자 기준 주요 농축수산물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년(직전 5년 평균)과 비교해 가격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는 농축산물이 수두룩했다. 심지어 값이 두 배 이상 오른 품목도 적지 않았다.


무의 평균 소매가격은 1개당 3천96원으로 평년(1천303원)의 2.4배(137.6%↑) 수준까지 치솟았고, 양배추도 한 포기에 5천578원으로 평년(2천630원)의 2.1배(112.1%↑), 1년 전(2천407원)의 2.3배(131.7%↑)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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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1㎏ 6천26원)은 평년(2천692원)의 2.2배(123.8%↑)로, 1만 원(전국 최고가 9천400원)에 육박했다.


배추 역시 한 포기에 4천354원으로 1년 전(2천220원), 평년(2천893원)보다 각각 96.1%, 50.5% 뛰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계란(특란)은 한판(30알) 평균 소매가가 8천960원으로 평년(5천539원)보다 61.7%나 비쌌고 갈치는 한 마리에 9천759원, 마른오징어는 열 마리에 2만8천534원으로 평년보다 각각 21.2%, 20.1% 올랐다. 평년 2천597원 정도였던 물오징어(한 마리) 가격도 14.5% 비싼 2천974원에 팔리고 있다.


농축산물 뿐 아니라, 가공식품과 서민 생활에 밀접한 소비재들 가운데 최근 6개월(작년 6월~12월) 사이 10% 안팎 뛴 품목도 적지 않았다. 이 중에는 제조업체가 공개적으로 값을 올린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제조·마케팅·유통 요인에 따라 소리없이 인상된 품목도 있었다.


제일제면소 소면(900g)의 경우 6개월간 2천244원에서 2천833원으로 26.2% 올랐고, 농심켈로그 씨리얼 '스페셜K오리지널(480g)'도 20%(5천782원→6천960원) 뛰었다. CJ제일제당 '햇바삭김밥김' 가격 상승률도 19.7%(1천874원→2천244원)에 이르렀다.


해표 '맑고 신선한 옥수수유'(900㎖·4천20원→4천474원·11.3% 인상), '백설부침가루'(1㎏·2천208원→2천426원·9.9% 인상), 오뚜기 즉석국(1천296원→1천446원·11.6% 인상)의 인상폭도 10%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에 인기 빙과류인 롯데푸드 '돼지바'(11.6%), 빙그레 '메로나'(11.9%), 해태 '바밤바'(12.7%) 등도 모두 10%이상 값이 올랐다.


듀라셀 건전지(AA)는 2천847원에서 3천233원으로 13.6%, LG생활건강 주방세제 '자연퐁'은 6천418원에서 7천139원으로 11.2%, 유한킴벌리 디럭스 키친타월이 6천497원에서 7천793원으로 20% 각각 올랐다.


◇ 음식점 소주·김밥 7~14%↑ 1만원대 영화관람료…"나가기 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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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료·하수도료·영화관람료·외식가격 등 서비스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 상당수 자치구는 지난 1일부터 쓰레기봉투 요금을 440원(20ℓ들이 1장)에서 490원으로 올렸다.


서울시 하수도 요금도 올해 들어 평균 10% 올랐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월 4천180원을 냈다면, 올해에는 420원 많은 4천600원을 낸다.


쓰레기봉투 요금과 하수도 요금은 이미 지난해에도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오른 공공서비스 품목들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쓰레기봉투료는 2015년 평균보다 6.9% 뛰었고, 하수도 요금도 무려 22.2% 오른 상태다.


대구시는 작년 12월 30일부터 이미 대구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을 교통카드 기준으로 일반 150원, 청소년 80원씩 인상했다. 대구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2011년 7월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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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다음 달부터 부산-김해 경전철 요금을 기존 1천200원(성인 기준)에서 1천400원으로 16.7% 올릴 것으로 알려졌고, 부산시도 같은 달부터 도시철도 요금을 1천200원에서 1천300원으로 8.3%, 경전철 기본요금을 1천200원에서 1천400원으로 16.7% 인상할 예정이다.


민간서비스 부문에서 지난해 가장 물가 상승률이 높은 품목은 음식점 등 외식업체에서 파는 소주(14.3%)였다. 2015년 말과 지난해에 걸쳐 하이트진로, 보해양조 등이 잇따라 소줏값을 인상하자 이를 내놓는 음식점들은 더 큰 폭으로 값을 올린 것이다.


김밥 가격도 1년 새 전국적으로 평균 7.2% 정도 뛰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에 따르면 특히 서울의 경우 김밥 1인분 평균 가격이 3천400원에서 3천731원으로 9.7%나 올랐다.


서민들이 분식집에서 김밥으로 한 끼를 때우거나, 선술집에서 소주 한잔으로 시름을 달래는 일조차 갈수록 버거워진다는 뜻이다.


외식을 제외한 민간서비스 품목 중에서는 작년초 인상된 실손 보험료 등의 영향으로 보험서비스료가 23.5%나 치솟았고 휴대전화기 수리비(9.1%), 가전제품수리비(8.1%), 자동차검사료(9.1%), 스키장이용료(7.7%), 세차료(7.2%) 등도 10%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관람료도 지난해 좌석별 가격 차별제가 도입되면서 사상 처음 평균 8천원대에 진입했다. 주말에는 1만1천원은 줘야 제대로 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다.


또 연합뉴스가 한국소비자원과 행정자치부의 민간·공공서비스 요금 현황 자료에서 서울 등 전국 16개 시·도의 작년 12월 기준 세탁료·숙박료(여관)·이용료·미용료·목욕료를 확인한 결과, 충남 목욕료와 인천 미용료를 비롯해 지역에 따라서는 1년 전(2015년 12월)보다 10% 넘게 오른 품목도 많았다.


생활고 속에 학원비 등 사교육비 부담은 더 커졌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전국 도시 근로자가구(2인 이상)는 한 달 평균 학원·보습교육에 22만6천576원을 지출했다. 1년 전 2015년 3분기(21만4천492원)보다 6% 정도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이 같은 기간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증가율(1%)의 6배에 이른다. 아울러 1년간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증가율(1%)의 6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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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식료품·비주류음료(-4%), 주류·담배(-1%), 보건(-8%), 통신(-3%), 오락·문화(-1%) 등의 소비는 오히려 일제히 줄었다.


결국,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가계가 먹는 것, 입는 것, 휴대전화 요금, 술·담배, 유흥 등 다른 소비품목에서는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자녀나 가족의 입시·취업을 위한 사교육비 씀씀이는 더 늘렸다는 얘기다.


더구나 연합뉴스의 취재 과정에서 실제로 확인된 대도시 가정의 실제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훨씬 더 컸다.


서울 청담동에 사는 주부 김 모(46)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이의 학원비로 이달 국어 30만 원, 수학 50만 원, 사회탐구 60만 원, 영어 100만 원에 교재비까지 330만~340만 원이 들어갔다"며 "다른 자녀 학원비까지 합하면 한 달에 400만~500만 원이 학원비로 나가는 셈으로, 거의 소득의 대부분을 학원에 쏟아붓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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