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인근 해상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의 습격을 받아 납치됐던 한국인 선장이 피랍 86일만인 14일 무사히 풀려났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0일 10여 명의 무장괴한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남동방 8마일 인근 해상을 지나던 한국 국적 화물선 동방자이언트호(1만1천391t급)를 습격, 한국인 선장 박모 씨(30대 후반)와 필리핀 국적의 선원 1명을 납치했다.
피랍 사건 이후 무장괴한들은 필리핀 남부에서 활동하며 납치를 일삼아온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사야프 소속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선장 박 씨와 필리핀 선원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인근 홀로(Jolo) 섬에 억류한 채로 석방 조건으로 돈을 요구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그동안 박 씨의 안전한 석방과 아부사야프를 상대로 한 선주 회사 측의 원활한 교섭을 위해 피랍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자제를 요청해왔다.
외교부는 "홀로(Jolo) 섬 현장에서 한국시간으로 오늘 오전 10시 40분께 박씨가 석방됐다"고 밝혔다. 필리핀 선원도 풀려났다.
박 씨는 홀로 섬에서 항공편으로 민다나오 섬을 거쳐 마닐라로 이동한 뒤 건강검진을 거쳐 이르면 이날 밤늦게나 15일 귀국할 예정이다. 다만 외관상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방자이언트호의 선주회사 측은 그동안 전화 등을 통해 아부사야프 측과 수십 차례의 교섭을 해왔으며, 치열한 협상 끝에 결국 석방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후방 지원에 나섰다.
외교부 본부에 관계부처로 구성된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주필리핀 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현지 대책반을 가동해 선사 및 박 씨 가족 등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석방 노력을 지원했다.
아부사야프 소속 10여 명의 무장괴한은 습격 당시 스피드보트를 타고 접근,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 동방자이언트호를 장악한 뒤 박 씨와 필리핀 선원 1명을 납치해 다시 스피드보트를 이용해 도주했다.
당시 함께 승선했던 다른 선원 18명(한국 국적 3명, 필리핀 국적 15명)은 무장괴한들이 접근하자 배 안의 긴급방호시설로 대피해 위기를 모면했다.
아부사야프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무장단체로 국적을 가리지 않고 납치를 일삼고 돈을 요구해왔다.
지난해에는 민다나오 섬 삼보앙가시(市) 부근 소도시 수라바이에 있는 아들의 집을 방문했다가 집으로 들이닥친 아부사야프 소속 괴한들에게 납치됐던 한국인 70대 홍 모 씨가 피랍 10개월 만에 결국 숨진 채로 발견됐다.
아부사야프는 지난해 5월에는 한 해 전 필리핀 남부 휴양지에서 납치한 캐나다인 관광객을 참수, 살해하기도 했다.
정부는 아부사야프가 활동하는 지역 일대를 여행금지 지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여행금지 지역은 필리핀 민다나오의 삼보앙가, 술루 군도, 바실란, 타위타위 군도 등이다.
외교부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우리 국적 선박들이 해당(이번 납치 사건이 발생했던) 수역을 항행하지 않도록 지속 안내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