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그물에 걸리거나 불법 포획돼 죽는 고래류 10마리 중 7마리는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상괭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죽는 상괭이만 연간 1천300여 마리에 달한다.
12일 울산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2011∼2015년 우리나라 해상에서 5년 동안 혼획(그물에 걸림)되거나 포획돼 죽은 고래류는 9천710마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괭이가 6천573마리로 전체 67.7%를 차지했다. 포획으로 죽은 상괭이는 23마리였고, 나머지 6천550마리는 그물에 걸렸다.
상괭이 외에는 돌고래 1천788마리(18.4%), 밍크고래 410마리(4.2%), 기타 940마리(9.7%) 등이 혼획·포획으로 죽었다.
작은 돌고래인 상괭이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이 최대 서식지로 '한국의 인어'나 '토종 돌고래' 등으로 불린다.
얼굴이 사람이 웃는 것처럼 생겼다고 '웃는 돌고래'라는 별칭도 있다.
조선시대 최고 어류학서인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상광어'와 '해돈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회백색에 몸길이가 약 2m에 달하는 상괭이는 어업활동에 따른 혼획 등으로 우리나라 연안에서 개체 수가 2004년 3만6천여 마리에서 2011년 1만3천 마리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보고됐다.
실제로 5년간 연도별로 죽은 개체 수를 보면 2011년 715마리, 2012년 1천581마리, 2013년 1천491마리, 2014년 1천158마리, 2015년 1천628마리다.
2011년을 제외하면 이후 4년간 1천 마리가 넘었고, 그중 3년은 1천500마리 안팎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연도별로 죽은 고래류 중 상괭이가 차지하는 비율도 낮게는 59%(2012년), 높게는 75.6%(2013년)에 달했다. 과반수는 기본이고, 많을 때는 한해 죽은 고래류의 4분의 3을 상괭이가 차지하는 셈이다.
해경은 2016년 혼획이나 포획으로 죽은 고래류 개체 수를 현재 취합 중인데, 잠정적으로 1천260여 마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5년간 상괭이 평균 비율인 67.7%를 적용하면, 작년에도 850여 마리가 죽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율이 평균보다 높아 1천 마리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희생되는 상괭이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서해에서 주로 이용되는 안강망이라는 어구 때문이다.
안강망은 물고기떼가 조류에 의해 자루 형태의 그물 안으로 밀려들어 가도록 해 고기를 잡는 어구인데, 조류가 빠른 서해에 적합하다.
이 어구에 거센 물살로 휩쓸려 들어간 상괭이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익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래는 포유류로 아가미가 아닌 폐로 호흡하는 동물이다. 물속에 일정 시간 머물다 물 밖으로 나와 머리 위의 콧구멍을 통해 호흡해야 하는 데 그물에 걸리면 물 밖으로 나올 수 없어 익사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상괭이를 상업·레저 목적의 포획과 유통이 금지되는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했으며, 상괭이가 들어갈 수 없거나 들어가도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의 그물을 개발해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겸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사는 "상괭이는 호기심 많은 다른 돌고래와 달리 배가 다가가면 피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지만, 돌고래보다 연안에 가까이 접근하는 특성 때문에 어업활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서식지나 이동 경로 등 면밀한 연구와 함께 상괭이 보호를 위한 어구 개량 등 어업인들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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