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가 또다시 사망했다. 이로써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 직업병 피해 사망자는 78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18일 삼성 반도체 공장 직업병 문제를 다루는 인권단체 반올림은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8일 오전 1시쯤 삼상전자 화성공장에서 일하던 황모씨(52)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CCSS룸(Central Chemical Supply System)에서 일했다.
CCSS룸은 반도체 생산라인에 쓰이는 각종 화학물질들을 보관하고 공급하는 곳으로 황씨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일상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다.
황씨는 화학물질이 담긴 드럼통을 운반, 드럼통 위에 고인 화학물질 및 룸 내부로 흘러나온 화학물질을 닦는 일을 했다.
황씨의 산재 신청을 위해 회사에 낸 자료에 따르면 황씨가 취급한 물질 39종 중 인체유해성이 확인된 물질은 27종, 발암물질은 3종이었으며 나머지 8종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근무한지 1년 3개월. 황씨는 '피부T세포 림프종'을 진단 받기에 이르렀다. 림프종은 면역체계에 발생하는 피부암으로 황씨는 발병 4년 만에 사망에 이르렀다.
자신이 어떤 유해물질을 취급하는지도 모르는 채 오직 장갑과 마스크만 끼고 일하다 림프종 진단을 받고 퇴사, 병이 악화돼 사망했다.
하지만 황씨는 산재 인정을 못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삼성이 보상신처 자격을 2'011년 1월 1일 이전 입사자'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황씨의 사망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가족들이 오롯이 떠안게 됐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