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늘 몇 개나 팔았냐. 쓰겠냐 XX야?"
광주의 번화가 충장로.
최신형 폰을 좋은 조건에 주겠다는 휴대전화 대리점 간판들이 서로 경쟁하듯 들어서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김덕현 형사(35·경사)도 지난해 3월 이 거리에 새로 문을 연 대리점에서 스마트폰을 샀다.
갓 스물을 넘긴 종업원은 김 형사에게 "폰만 많이 팔면 월급을 몇백씩 받는다"고 연신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요금제 문의를 위해 몇 달 뒤 매장을 다시 방문했을 때 그 종업원은 이미 퇴사한 상태였고 종업원들이 춤을 추거나 자전거 쇼를 하며 유별나게 호객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 형사는 올봄에 다시 매장에 들렀다가 사장 강모(25)씨가 종업원들에게 욕설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종업원들과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는 몇 달 뒤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한 종업원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 종업원들이 경찰서에서 사문서위조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몇 번의 질문에도 대답을 주저하던 종업원들은 어렵게 "실적을 강요당했다. 손님을 못 데려오면 맞았다. 주변에 조폭이 많대서 보복당할까 봐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고향 선배인 강씨는 종업원들 사이에서 어린 나이에 성공해 억대 외제 차를 끌고 다니는 '우상'이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종업원들은 "기본급 120만원에 판매 실적만큼 인센티브를 팍팍 주겠다"는 강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주말이면 명품 지갑이나 운동화를 상품으로 내걸고 실적 경쟁을 유도했고 점장급 근무자에게는 1년 이상 일하면 외제 차를 지급한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목표치가 너무 높아 실제 이 혜택을 제대로 받은 사람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기본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당하는 날이 훨씬 많았다.
매출이 시원찮은 날이면 175cm가 넘는 키에 체중이 110kg에 달하는 강씨의 손에는 알루미늄 방망이가 들려 있었다.
강씨는 종업원들에게 "3개월 치 요금만 납부하고 해지하면 된다"며 본인이나 가족, 친구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추가 개통하도록 유도했다.
실적압박에 시달리던 종업원들은 자신과 지인의 명의로 수십대를 개통해 요금을 대납했고 실적이 높을수록 빚도 늘어나는 처지에 놓였다.
휴대전화 개통 후 3개월 미만 해지 시 30만원, 서류 누락 시 15만원 등 강씨가 정한 각종 벌금을 제하고 나면 월급이 겨우 100만원 남짓한 달도 많았다.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강씨를 상습폭행,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동업자인 박모(35)씨와 점장 노모(25)씨를 각각 협박과 폭행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김 형사는 "일부 부모가 노동법 위반을 주장했으나 오히려 강씨 측에서 타인 명의로 개통한 것을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며 "종업원들이 1천만∼7천만원의 빚에 시달리고 폭행당하면서도 강씨에 대한 두려움과 빚 때문에 끌려다니다가 뒤늦게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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