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개교 15일 만에 '화재경보음' 없이 불난 동탄초등학교

인사이트연합뉴스


개교 보름 만에 불이 난 경기 화성시 동탄 한 초등학교에 화재 당시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속속 나와 경찰과 소방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불이 난 건물엔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동탄2신도시 A초교 4층짜리 건물에 불이 나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급식실 등이 있는 신축건물 4개층 2천여㎡가 타 소방서 추산 9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교실에서 수업 중이던 학생들과 교사 등 100여명은 신속히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재 당시 화재감지기에서 울리는 경보음이 들리지 않았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학교 한 관계자는 "경보음은 듣지 못했다"며 "불을 처음 발견한 영양사가 행정실에 알렸고, 행정실이 교내 안내방송을 해 불이 난 걸 알았다"고 전했다.


한 학생도 "안내방송 말고, 경보음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이달 초 개교한 초등학교로, 본관 건물이 'ㄱ'자 형태로 이어져 있고 불이 난 곳은 'ㄱ'자 형태 중 한쪽 면 건물이다.


불이 난 건물 1층은 필로티식 주차장, 2층 급식실, 3·4층은 시청각실 및 강당 등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연면적 2천㎡ 이상의 교육연구시설(학교)은 의무적으로 화재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 학교 교실에는 정온식(열) 감지기, 복도에는 연기감지기가 설치돼 있고, 불이 난 급식실동에는 불꽃 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1층 필로티 주차장 외부에도 차동식(온도) 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도 감지기 작동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화재 진화 직후 현장을 둘러봤을 때 감지기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었다"며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것은 적어도 감지기가 화재를 인식했다는 의미인데, 감지기와 연결된 수신기(경보스피커와 연결)가 꺼져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감지기는 켜져 있고 수신기는 꺼져 있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정확한 것은 수사기관에서 확인해야 할 사안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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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불이 난 급식동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아예 설치되지 않아 화재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규정상 스프링클러는 '4층 이상인 층 가운데, 바닥면적이 1천㎡ 이상인 층'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급식동은 3층 강당이 4층과 분리되지 않은 채 천장을 높인 구조여서, 3층으로 보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 교육청과 학교 신축공사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설명이다.


옆건물 4층과도 연결된 강당을 천장 높은 '3층'으로 보지 않고, '4층'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LH는 소방 규정을 소극적으로 해석했다.


아이들의 안전은 무시한 채 예산 절감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A초교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수시로 다니는 급식실과 강당이 있는 건물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강당을 3층으로 볼지, 4층으로 볼지 애매한 상황이었다면 아이들 안전을 우선시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LH관계자는 "소방시설 기준대로 설계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학교 설계는 교육청과 상의해 확정하는데, 해당 건물의 강당을 3층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선 교육청도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이 난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어야 옳았다는 지적을 충분히 공감한다"며 "현 소방시설 설치 규정에 대한 개선사항은 관할 부처에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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