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똑같은 軍 사고지만 '사병 800만원 vs 직업군인 월 190만원'

인사이트(좌) 의족을 끼우고 있는 김상병의 모습, (우) 재활훈련 중인 김상병의 모습 / 사진 제공 = 김상병 부모


"국방의 의무를 하다가 다쳤지만, 배상을 얼마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800만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다친 김모(21) 상병은 이달 초 국군수도병원에서 휴가를 받아 현재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집에서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14일 언론 취재를 부담스러워 하는 김 상병을 직접 만날 수 없었지만, 어머니를 통해 사고 이후 생활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일병으로 GOP 근무를 마치고 한탄강 수문 근처에 쌓인 부유물을 건지는 작업을 하다가 M14 발목 대인지뢰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로 오른쪽 종아리 아래 부위를 잃었다.


재활훈련을 하지 않으면 오른쪽 허벅지가 가늘어지기 때문에 김 상병은 매일 집에서 300m가량 떨어진 스포츠센터에서 체력단련을 한다.


환부에 물집이 아물어 의족을 착용하고 허벅지와 엉덩이, 상체를 단련하는 운동을 한다.


김 상병은 절단 부위에 신경종이 생겨 신경을 녹이는 주사를 맞을 때 너무 아프다며 신경종이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김 상병은 지뢰 사고로 신체 일부를 잃은 충격으로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 집 화장실에 장애인용 손잡이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면서 드릴로 벽에 구멍을 뚫을 때 김 상병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지뢰 폭발 당시 충격 때문에 주변에 큰 소리가 나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집에서 차량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부산보훈병원으로 가기 힘들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정신과 치료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으로 믿는다.


인사이트김상병 돕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경성대 총학생회 / 사진제공 = 경성대 


김 상병이 실망한 것은 직업군인과 일반사병의 보상금 차이다.


지난해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로 우리 장병들이 다친 사건을 계기로 의료비 지원과 의족 지원은 좋아졌지만, 직업군인과 사병의 차이가 나는 것을 알게 된 김 상병은 이런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직업군인은 사고 후 퇴직을 하면 국가유공자 연금 이외에 상이연금으로 매달 190만원을 받습니다. 장애보상금 800만원이 전부인 받는 일반병사와 큰 차이가 납니다. 병사들도 연금개념의 보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고 이후 김 상병 가족에게 일상적인 삶이 풍비박산이 났다.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병간호에 매달렸다. 누나도 필요한 물품을 들고 병원을 찾아야 했고 생계를 책임진 아버지는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다.


김 상병 부모는 아들이 좌절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상식적인 배상을 원했다.


"우리 가족은 누구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조항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일반병사에 대한 보상 관련 법규의 개정이 필요합니다."


김 상병 부모는 내년 1월 아들이 전역하면 국가유공자 신청을 할 예정이다.


지뢰 사고를 당한 김 상병의 경우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지뢰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 때 다른 지뢰가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행정보급장교가 신속히 김 상병을 업고 앰뷸런스로 옮겼고 헬기로 사고 발생 30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했기 때문이다.


김 상병 가족은 구조과정에서 도와주고 위로금도 보내준 부대 관계자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군 재활담당자가 "빨리 제대시켜 부산으로 데려가라"며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를 받고 울었다고 한다.


꿈이 배우인 김 상병은 내년 9월 경성대 연극영화과에 2학년으로 복학한다.


경성대는 입대 후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김 상병을 돕고자 발 벗고 나섰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13일부터 이틀간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김 상병 돕기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국가유공자 예우 서명운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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