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9일 국회의 탄핵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되기 직전인 오후 5시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불러 공개발언을 통해 탄핵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당부했다.
공개발언은 담담하게 진행됐으나 박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국무위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53분께 청와대 위민1관 영상 국무회의실에 앞으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되는 황교안 국무총리 등과 함께 입장했다.
남보라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박 대통령은 목걸이를 착용하고 '사랑의 열매' 배지도 다는 등 평소 국무회의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얼굴은 다소 부은 것처럼 보였지만 표정은 담담했다.
박 대통령은 4분 54초간 진행된 모두발언 역시 천천히 차분하게 이어갔으며 간혹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오후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며 스스로 국회의 탄핵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힌 뒤 "저의 부덕과 불찰로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국민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또 국민에게 "참으로 괴롭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국무위원을 비롯한 공직자들에는 "어려움을 드리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각각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밝힌 대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모두발언 앞부분에서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박 대통령은 "국익과 국민의 삶이 결코 방치돼선 안 된다"면서 모두발언의 절반 이상을 안정적 국정운영을 당부하는데 할애했다.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 문제도 언급하면서 민생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대한민국 미래 발전을 위한 국정 과제만큼은 마지막까지 중심을 잡고 추진해달라"고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휘말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정책 등이 흔들리고 있는데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도 철회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황 총리 외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국무위원과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박 대통령의 말을 경청했다.
공개발언이 끝나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박 대통령과 국무위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개별적으로 인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 다들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국무위원들은 박 대통령에게 "잘못 보좌해서 죄송하다", "흔들림 없이 국정을 수행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 등의 말을 건넸고 박 대통령은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국무위원간 간담회는 오후 5시 40분께 종료됐다.
이어 박 대통령은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조대환 변호사를 임명하는 등 마지막 권한을 행사했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박 대통령의 권한은 이날 오후 7시3분 탄핵소추의결서 수령으로 공식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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