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박태환 스승 "마음 편하게 수영하면 이렇게 잘하는데"

인사이트연합뉴스


"마음 편하게 수영하면 이렇게 잘하는 친구인데…."


박태환(27)의 은사 노민상(60) 전 수영국가대표팀 감독은 제자의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 소식을 접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듯 이렇게 말했다.


박태환은 8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WFCU 센터에서 벌어진 제13회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 이틀째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1초03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400m를 포함해 2관왕이며, 대회 신기록과 아시아 신기록을 동시에 수립하며 두 배의 기쁨을 만끽했다.

 

쇼트코스는 올림픽 정규 규격인 50m의 절반인 25m를 왕복하는 대회다.


보통 겨울 시즌에 경기 감각을 조율하고자 하는 세계 정상급 선수가 다수 출전한다.


이번에 박태환이 대회 신기록을 수립하기 전까지 코스 기록을 보유했던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 6개, 세계선수권 금메달 18개를 목에 건 라이언 록티(미국)였다.


게다가 이날 박태환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채드 드 클로스(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2012년 런던올림픽 접영 200m 금메달, 올해 리우올림픽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딴 세계 정상급 선수다.


노 전 감독은 "(최근 부진했다고 해도) 박태환은 세계 5위권 성적을 줄곧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는 세계 정상에 복귀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말"이라며 "원래 기량도 출중한 데다가, 어려운 일을 겪으며 인간적으로도 성숙했다"고 제자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의 의미는 전략을 수립해 경기하는 요령을 터득한 것이다. 전략의 승리"라고 짚었다.


박태환은 전날 자유형 400m에서 후반에 속도를 내는 평소 스타일대로 경기해 우승했다.


그리고 이날 200m에서는 예선을 7위로 통과해 결승에서는 불리한 1번 레인에서 물살을 갈랐다.


이것이 박태환의 전략이었다고 짚은 노 전 감독은 "오랜만에 쇼트코스에서 경기하는 박태환이 옆 레인 선수에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에 집중하려 예선 성적을 조절했다. 전략을 짜서 결과를 내는 모습을 보니 선수로 더욱 성장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반겼다.


이날 박태환은 첫 50m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고, 경기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유지해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노 전 감독은 "쇼트코스에서 잘 타려면 일단 턴 동작이 좋아야 하고, 코스가 짧아서 순발력도 뛰어나야 한다. 박태환이 이 모든 점에서 실력을 보여준 셈"이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리우올림픽 전 종목 예선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본 박태환은 불과 4개월 만에 화려하게 세계 수영 무대 중심에 복귀했다.


10월 전국체전 2연패를 시작으로 11월 아시아선수권대회 4관왕, 그리고 이번 쇼트코스 2관왕까지 상승곡선을 제대로 탔다.


극적인 기록 향상에 대해 노 전 감독은 "그만큼 마음 편하게 운동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거로 생각하면 된다"면서 "10월 전국체전만 하더라도 자유형 200m에서 리우올림픽 은메달에 해당하는 성적을 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노 전 감독은 박태환에 대한 지원을 다시 한 번 읍소했다.


그는 "이미 박태환이 세계 정상이라는 게 한 번 입증됐다. 운동에만 전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본인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박태환 선수에 대한 지원(스폰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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