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부담 우려가 출판시장 질적제고 효과 기대 앞질러
"질 좋은 도서 출간 위한 애초 취지 살려야" 지적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을 둘러싸고 소비자의 부담 증가에 대한 반발심리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제도시행 이전부터 정책 실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21일 전면 도입되는 '도서정가제'는 기존 신간 위주로 적용돼온 도서할인폭 제한 규제 적용 대상을 원칙적으로 모든 도서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출판시장 내에서 지나친 도서 가격 경쟁을 막고, 도서의 질로 경쟁하려는 풍토를 정착해 출판문화의 질적 제고를 유도하려는 정책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시행을 불과 2주일여 앞둔 가운데 도서정가제가 책값만 올려 가계 부담만 키우고, 업계에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소비자 반발과 우려가 적잖이 확산되면서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업계 모두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시행령 마련 등 세부 절차 조율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만 어지럽게 부각되자 소비자들의 반발과 우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양새다.
◇ "단통법과 다를 것 없다" 소비자 반발
소비자들의 반발 확산은 도서정가제 취지에 대한 이해와 기대를 높여야하는 당국의 뒤늦은 대처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전화 가격만 상승했다는 소비자 반발이 이에 옮겨붙을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7월 16일부터 31일까지 6개 출판 유관 단체 의견을 수렴해 도서정가제 시행을 위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 마련에 나섰으나, 업계의 의견 수렴에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업계의 반발을 샀다.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업계 관계자들이 이에 반발해 지난달 16일 오후 공청회를 열며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뒤에야 문체부는 업계 요구 수렴을 뒤늦게 약속하며 진화에 부심했다.
도서정가제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주무 담당인 출판인쇄산업과장을 교체한 점도 안일한 대응 자세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체부가 도서정가제 시행령 안 등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목소리에 대한 의견 청취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 문체부 "가격 안정화 통해 소비자 부담 최소화"
문체부는 책값 인상에 대한 소비자 우려 불식에 최선의 정책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기존 도서정가제 예외였던 학습참고서 인상에 대한 가계 반발을 의식해 이에 대한 대응에 주안점을 둘 방침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학습참고서 가격 상승효과는 평균 2~4% 수준일 것으로 예상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초등 학습참고서가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음에 따라 일시적 판매가격 인상효과에 따른 학부모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며 "12~1월 사이 참고서 가격 책정 과정에서 가격 안정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업계의 자율적 협약을 통한 도서가격 안정을 유도하는 한편, 참고서 가격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가격 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추가로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 업계 이해조정 진통…12일 자율협의회 구성 등 고비될 듯
문체부는 앞서 지난달 16일 업계 공청회 요구사항 일부를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하는 등 적극적 이해 조정에 나섰다.
이를 통해 ▲ 신간 기증도서의 중고간행물 제외 ▲ 간행물 판매자 범위에 판매 중개자(오픈마켓) 명시 등 요구사항들은 시행령 개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출간 18개월 경과 후 도서는 즉시 재정가 추진, 정가제 위반시 과태료 기준의 법정 한도 내 인상 등에는 원칙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업계는 추가 협의를 거쳐 도서가격 안정을 위한 '자율도서정가협의회' 구성 등을 오는 12일 발표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서정가제는 출판선진국이 대부분 도입하고 있는 제도로, 과도한 할인폭 경쟁이 아닌 도서의 질 경쟁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도입 취지를 살려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 소비자 모두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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