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 공채부터 적용, 채용과정 3단계→5단계로
삼성 "서류전형 부활 아니다"…연 20만명 SSAT 응시인원 줄어들 듯
창의성 면접도 도입…대학총장추천제는 재추진 안 해
삼성그룹이 직무적합성 평가를 도입하는 등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새 제도는 내년 하반기 대졸 공채부터 적용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5일 채용제도 개편 브리핑에서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시험 위주의 획일적 채용 방식을 직군별로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3급(대졸) 신입사원 제도를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직군별 직무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직무적합성 평가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지원할 때 '직무 에세이'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삼성에 지원하는 취업준비생은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보기 전에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직무적합성 평가에서 탈락하면 SSAT를 치를 수 없다.
따라서 삼성의 채용 단계는 기존의 'SSAT-실무면접-임원면접' 3단계에서 '직무적합성 평가-SSAT-실무면접-창의성면접-임원면접'의 5단계로 복잡해졌다.
삼성이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은 1995년 열린 채용 제도를 도입한 이후 20년 만이다.
삼성은 직무적합성 평가가 서류전형의 부활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필기시험을 치르기 전에 서류를 제출하는 형태로 직무에세이를 평가받게 됨으로써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시험 이전의 전형이 추가된 셈이다.
연간 20만명에 달하는 SSAT 응시 인원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팀장은 "직무적합성 평가는 직군별로 필요한 직무역량 중심으로 평가하며 출신대학이나 어학연수 경력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일절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직무적합성 평가는 시험이라고 볼 수 없고, 원서 접수할 때 전형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영업직의 경우 리더십, 팀업, 사교성 등 적합성을 갖췄다고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직무에세이는 글 쓰는 능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직무에 어떤 관심을 가졌는지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실제 하지도 않은 경험을 번지르르하게 허위로 제출하는 경우에는 심층 면접을 통해 걸러낸다"며 "영업직군은 1박2일 면접, 풀데이(full-day) 면접 등이 새로 도입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과 기술, 소프트웨어 직군은 전공능력 위주로 평가한다. 연구개발직은 직무에세이를 쓰지 않는다. 이들 직군은 전공과목 이수, 전공학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삼성은 "연구개발·기술직은 전공공부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얼마나 난도가 높은 과목을 이수했는지 등을 평가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 점수를 따게 되면 SSAT 단계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직군은 SSAT 대신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를 거쳐 뽑기로 했다. 이 테스트는 프로그래밍 개발 능력(코딩, 알고리즘)을 평가하는 것이다. 4시간 동안 치르는 일종의 실기시험이다.
영업직과 경영지원직은 전공과 관계없기 때문에 직무적성 위주로 평가해 평소 하고싶은 직무를 성실히 준비한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삼성은 밝혔다.
삼성은 또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창의성 면접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창의성 면접은 지원자와 면접위원의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를 통해 지원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논리전개 능력을 평가하기로 했다.
삼성은 올해 초 도입하려다가 대학가의 반발로 철회한 대학총장추천체에 대해서는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삼성은 또 지방대학 35%, 저소득층 5%로 할당한 열린 채용제의 취지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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