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가영 기자 =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5주째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나라의 앞날과 후세들을 걱정하며 시위 현장에 나온 '386 세대'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담은 '촛불, 대한민국을 밝히다 - 광화문 광장 72시간'편이 전파를 탔다.
광장을 밝히는 150만 개 촛불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광화문 현장에서는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해당 시민은 한참 동안 먼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386 세대'이자 '6월 항쟁 세대'로서 당시 일이 지나면 민주주의가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갈 줄 알았다"며 조십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기성세대로서 요즘 아이들한테 우리가 얻었던 그 시절보다 더 앞선 세상을 못 물려줄지 언정 더 후퇴한 세상을 물려준다는 것 자체가 슬프다"며 후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박근혜는 하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집회에 참여한 장세철 씨는 "'4.19 혁명'부터 '5.16 박정희 쿠데타'까지 계속 집회에 참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80세가 되었는데 또다시 이런 상황이 와서 후세들을 위해 거리로 나오게 됐다"며 수십 년 만에 집회에 다시 참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386세대'의 '3'은 1990년대 당시 30대를, '8'은 1980년대에 대학에 다닌 80년대 학번을, '6'은 1960년대 태어난 사람을 뜻하는데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세대를 일컫는 것이다.
유신정권 때 민주화를 외치며 치열하게 싸운 이들이 또다시 위기에 직면한 나라와 후세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거리로 나오게 된 사연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이가영 기자 g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