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여왕 아래 충실한 새누리당 신하들", "국정 농단 방조자들", "발전적 해체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국정개입 파문 과정에서 응축된 새누리당 비주류의 불만이 결국 폭발했다.
비주류 의원들의 주도로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는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 원내·외 당협위원장 91명이 집결했다.
3시간가량 이어진 공개 토론은 전날 광화문 도심에서 열린 '100만 촛불집회'에서 쏟아진 목소리들을 방불케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제안부터, 당의 전면적인 해체 결의까지 '웰빙정당'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격렬한 성토가 봇물을 이뤘다.
특히 상대적으로 말을 아껴온 대권 잠룡들과 중진들이 나서 박 대통령의 거취에 관한 정면 요구를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우리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나도, 여러분도, 국민도 철저하게 속았다"면서 "박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이제는 개인을 생각할 게 아니라 국가를 생각하시라"면서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던지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직 광역단체장 중에서는 유일한 참석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번 사태는) 특정인의 일탈이 아닌 대통령 본인의 문제이고, 몸통은 대통령"이라면서 "거취에 대해 결단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선의 정병국 의원 또한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더이상의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습하시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자아비판'과 함께 발전적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참으로 부끄럽다"면서 특히 "이 와중에도 당이 최소한의 수습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주류와 비주류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는 이 무기력함을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우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국정을 농단시킨 사건에서 방조자가 돼버렸다"면서 "발전적인 해체를 통한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은 "우리는 군주시대를 살았다. 박근혜 여왕 밑에서 충실한 새누리당의 신하들만 있었을 뿐이다"라며 "크게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세연 의원은 "우리 당은 존재할 자격을 상실했다"면서 '결단은 간결하고, 결정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발언을 인용, "간결하게 당의 해체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13 총선에서 패배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메시지는 한층 과격했다.
이사철 전 의원은 "저 또한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려고 청와대와 친박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무진장 애썼다. 정말 창피하다"고 자성한 뒤 "박 대통령이 지금 무슨 힘과 능력, 권위로 이 나라를 이끌겠다는 것이냐"면서 "솔직하게 '대통령이 물러나라', '하야하라'고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전혁 전 의원은 "제 두 딸은 아버지를 닮아 굉장히 보수적인 녀석들인데, 제게 말하길 '아빠, 그 거지같은 새누리당 떠나면 안되나'고 하더라"며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새누리당도 사실상 탄핵 상태"라고 자조했다.
이밖에 "광화문 네거리에서 무르팍 끓고 대X리 처박고 눈물로 국민께 용서를 구해야 한다", "호스트바에서 놀아나던 아줌마에 의해 권력이 좌우된 창피함에 얼굴 들고 다닐 수 없어" 등의 막말도 서슴지 않고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회의를 마친 뒤 ▲당 해체 절차 추진 ▲비상시국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허리 숙여 대국민 사죄의 뜻을 밝혔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현직 국회의원 42명, 원외 당협위원장 49명 등이 각각 참석, 총 28명이 공개 발언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중 초선 의원들은 8명에 불과해 당내 쇄신의 목소리를 주도해야 할 '젊은 피'가 실종됐다는 자조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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