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조선일보 1면 장식한 사진은 '비정규직' 객원기자 작품

인사이트11월 7일자 조선일보 1면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사진 한 장이 갖는 힘은 정말 대단했다. 팔짱 낀 채로 웃으며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진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7일 조선일보는 지면 1면을 통해 여유로운 모습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모습이 담긴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우 전 수석은 전날인 6일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해 가족회사 '정강' 자금 횡령 및 아들의 의경 보직 이동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15시간에 걸쳐 검찰 조사가 진행된터라 초췌한 모습일거라는 예상과 달리 조선일보 카메라 기자에 포착된 우 전 수석의 모습은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인사이트서울중앙지검에 출석 당시 우병우 전 수석의 모습 / 연합뉴스


우 전 수석이 점퍼를 반쯤 내리고 팔짱 낀 채로 웃고 있는 가운데 그 옆에는 검찰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은 채로 서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검찰을 쥐락펴락했던 우 전 수석의 '위세'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진이 공개되자 검찰을 향한 비난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도 일제히 우 전 수석에 대한 '황제소환' 및 '특별대우'에 성토했고 김수남 검찰총장은 결국 각종 편의를 봐준 특별수사팀을 강하게 질책했다.


조선일보 1면을 장식하며 이날 대한민국을 분노케 만든 사진 한 장. 이 사진을 찍은 주인공은 현재 조선일보에서 비정규직으로 활동 중인 고운호 객원기자의 작품이었다.


조선일보 자회사에서 대학생 인턴기자를 한 고운호 기자는 학교를 졸업한 뒤 사진기자 자리가 없어 현재 비정규직 신분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우병우 전 수석 / 연합뉴스


5시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우 전 수석의 팔짱 낀 모습을 잡아낸 고운호 객원기자는 7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우 전 수석이 가까이 오자 앉아 있던 수사관들이 일어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 전 수석이 말을 거니까 수사관들이 답을 하는 분위기처럼 보였다"면서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상황은 좀 어이없었다"고 토로했다.


고운호 기자의 카메라의 담긴 우 전 수석의 모습은 각종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는 사람이 보일 만한 행동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편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본격 수사를 위해 우 전 수석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법무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