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내 딸 유미의 목숨값으로 삼성은 정유라에게 수십억을 바쳤다"

인사이트지난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자유 발언하는 황상기 씨 / 이기화, 반올림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박근혜와 삼성재벌이 벌인 비리와 유착은 삼성에서 일하다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들의 피요, 눈물입니다"


지난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23살의 꽃다운 나이로 숨진 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연단에 섰다.


황상기 씨의 딸 유미 씨는 9년 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세척 업무를 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졌다. 유미 씨와 함께 2인 1조로 일한 동료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그런데도 삼성은 산재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피해자 가족에게 삼성은 500만원을 들고 와서 "이 돈으로 끝내자"고 한 것이다.


황상기 씨는 "저는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리고 진상규명을 꼭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언론도, 정치권도 이 문제를 피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렇게 9년 동안 달라진 것은 피해자의 숫자 뿐. 지금까지 제보된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뇌종양 피해자는 224명으로, 그 중 76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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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공장에서 사용하는 수백가지의 화학 물질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단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자신이 어떤 유해물질에 노출되는지 전혀 모르는 채 죽어가고 있다.


간신히 목숨을 건져도 시력을 잃거나, 온몸이 마비되거나, 이틀에 한번씩 투석을 하거나, 혼자서는 밥도 못먹는 장애를 얻은 피해자들, 병든 몸으로 일을 할 수 없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어 가난에 찌든 삶을 살아야 한다고 황씨는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터진 최순실과 삼성의 유착 관계는 삼성이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고 있음에도 정부가 수수방관했던 이유를 짐작케 한다.


황상기 씨는 "박근혜와 삼성재벌이 벌인 비리와 유착은 삼성에서 일하다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들의 피요, 눈물입니다"라며 최근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에게 진상규명을 강력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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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의 권력승계를 위해 삼성이 저지른 온갖 편법과 불법 수단, 그 과정이 어떻게 순조롭게 이뤄졌는지, 삼성이 건넨 수백억 대의 뇌물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삼성이 얻은 이득은 무엇인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황 씨는 "국무총리로 내정된 김병준 씨도 대표적인 삼성맨"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더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당장 퇴진하라"고 외쳤다.


한편 故 황유미 씨같은 삼성반도체 산재 사망 피해자 가족들은 비영리단체 '반올림'이 돕고 있다. 


지난해 3월 6일에는 황유미 씨의 8주기를 맞아 가족들은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추모제가 열렸고 최근까지도 피해자 가족들이 점거 농성을 하며 '진상 규명'을 외치고 있지만 삼성 측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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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