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수능보려면 1주일전 배타고 나가야하는 울릉도 학생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 사진/ 연합뉴스


"사는 집 근처에서 수능시험을 치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경북 울릉군에 사는 대입 수험생 A(18)군은 집에서 마지막까지 시험공부를 하고 수능을 치를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 없다.


울릉도에는 수능시험장이 없기 때문이다.


A군 등 섬에 사는 수험생들은 수능 전에 배를 타고 포항까지 나가야 한다.


올해는 22명이 함께 움직인다.


그냥 몸만 배에 실으면 되는 것도 아니다.


시험 당일까지 훑어봐야 하는 문제집, 교과서, 갈아입을 옷가지 등 짐도 적지 않다.


수험생들은 주로 포항 한 해병부대 숙소에 머물며 막바지 시험 준비를 한다.


호텔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시험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잠자리가 바뀌니 마냥 좋지만은 않다.


시험 하루 전날 뭍으로 나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언제 풍랑이 일지 알 수가 없어 일찌감치 짐을 싸서 나와야 한다.


보통 수능시험 3∼4일 전에 배를 탈 계획을 세우지만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늘 조마조마하다.


8월 말부터는 기상 문제로 언제든지 1주일 이상 배가 뜰 수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일부 수험생은 뱃멀미로 고생하기도 해 수험생을 둔 학부모는 여간 걱정이 아니다.


학부모 B씨는 "울릉에서 포항까지 270㎞가량 되는데 아이들이 배 멀미하지 않을까 벌써 걱정한다"며 "멀미약을 챙겨 줄 생각이지만 시험을 앞두고 몸 컨디션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울릉 고교 교사 C씨는 "울릉에서 수능시험을 치를 수 있으면 좋겠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여 대견할 뿐이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 사진/ 연합뉴스


울릉도 수험생이 포항으로 나와 대학시험을 치른 것은 1980년대 초 학력고사 도입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릉에는 시험 문제지를 보관하는 '본부'가 마련되지 않아 가장 가까운 포항으로 나와야 했다.


본부에 보관한 문제지는 시험 당일 이른 아침 각 고사장으로 배부해야 하는데 시험날 아침에 포항에서 울릉도로 시험지를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1988년 대학입시가 선지원 후시험으로 바뀌어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서 시험을 치르게 됐으나 울릉에는 대학이 없다 보니 육지로 가서 시험을 치르기는 매한가지였다.


1994년 입시부터 수학능력시험 도입으로 다시 단체로 포항에 가서 시험을 치러야 했다.


2010년 입시 때부터 경북도교육청이 원정 비용을 부담해 줘 그나마 다행이다.


그 전까지 육지로 나가 시험을 치르려면 수험생 가족이 적잖은 비용을 대야 했다.


첨단 과학시대라고는 하지만 이런 연례행사가 없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국에서 50만명 이상 동시에 치르는 국가시험이라 보안, 관리 문제로 섬 지역에서 시험을 치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교육 당국은 밝혔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수능시험 이틀 전에 문제지를 전국에 배포하는 데 울릉까지 보내는 것은 날씨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고 섬에서 시험지를 인쇄하는 것도 보안상 어렵다"며 "섬 수험생 처지를 고려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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