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13살 소녀와 성관계 맺은 '소아성애자'로 변신한 조재현

인사이트사진 제공 = 수현재컴퍼니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40살 남성과 13살 소녀가 '성관계'를 맺는다면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다고 해서 서로가 분명히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쪽은 진정한 사랑일 수 있지만, 다른 한쪽은 그저 '욕정'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쪽이 성관계를 맺은 뒤 상대방을 그 자리에 두고 떠났다면?


연기파 배우 조재현과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을 짝사랑했던 여인으로 등장한 배우 채수빈이 주연한 연극 '블랙버드'는 관객들에게 이러한 질문들을 던진다.


블랙버드는 15년 전 있었던 '사실'을 두고 55세 남성 레이(조재현)와 28살 여성 우나(채수빈·옥자연)가 서로 '다른' 기억을 토해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야기는 바닥에 쓰레기가 뒤섞여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우나와 레이가 날카로운 표정으로 마주한 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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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와 레이는 15년 전 어느 날 밤 함께 몸을 섞은 사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말이다. 그런데 레이는 우나를 두고 어두운 밤거리로 말없이 사라졌다.


우나는 레이를 찾아 정처없이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우나는 한 부부 덕분에 다시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갔고, 레이는 그 부부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게 체포된다.


그 뒤 레이는 '미성년자 성적 학대' 혐의를 받고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레이는 출소한 뒤 원래 지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


평생 레이를 잊지 못했던 우나는 그를 찾아 나서고, 한 신문에 나온 전단지를 보고 레이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된다.


레이를 찾아간 우나는 "15년 동안 난 모든 걸 잃었어. 난 아직도 그 시간으로 매일을 살고 있어"라고 말한다. 아직 '새 삶'을 시작하지 못한 채 15년 전 그날 밤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레이는 우나의 말에 거칠게 반응한다. "난 내 인생을 살고 있어. 나도 최대한 벗어날 '권리'가 있어. 넌 내가 아직도 그 시간으로 매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반문한다.


심지어 레이는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을 과거를 이해한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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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수현재컴퍼니


그러면서 둘은 자기 기억만을 회상한다. 우나는 레이가 관계를 맺은 뒤 사라졌었다며 "너를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갔었다"고 말한다.


우나는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고 기억한다. 우나는 결국 레이를 찾지 못하고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방황했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레이는 관계를 맺고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었다"고 말한다. 이어 "돌아갔는데, 방에 불이 꺼져 있었고 너도 없었다"고 덧붙인다.


이내 레이는 우나에게 "진짜 사랑했었다"는 말을 내뱉는다. 그러자 우나는 레이를 믿기 시작한다. 

진정 자신을 사랑했을 수도 있다고.


이내 레이와 우나는 책상 위에서 격정적인 키스를 나눈다. 하지만 레이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안돼!"라는 말을 내뱉으며 입술을 떼버린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수현재컴퍼니


그 순간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난다. 관객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 레이가 앞서 '새로운 여자와 살고 있다'고 말했던 '의문이 여성'이 등장한 것이다.


관객들은 예상치 못했던 등장인물을 보고 큰 충격에 빠진다. 레이가 우나에게 했던 말이 모두 '거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름돋는 반전 결말을 보고 나면 머릿속에 "레이는 소아성애자였을까?", "레이는 우나를 진정 사랑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머리를 맴돈다.


연극이 끝나고 문밖을 나설 때는 이런 질문도 함께 떠오를 것이다. "왜 같은 사실을 두고 사람들의 기억은 이리도 다른 것일까?"


연극 '블랙버드'는 서울 혜화역 부근 대학로에 자리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오는 11월 13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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