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는 독감백신의 접종 가격 차이가 크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병·의원의 가격이 천차만별일 뿐 아니라 65세 이상 노인 무료접종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건소와 병·의원에 투입하는 예산도 제각각이다.
정부가 조달하는 백신은 3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3가(價) 백신'이다, 조달 가격은 도즈(dose, 1회 접종분)당 7천510원인데, 정부는 이 가격 그대로 보건소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병·의원 무료접종에 투입되는 예산은 보건소의 2.8배나 된다. 백신을 무료 공급하면서 운송비 1천90원, 1도즈의 주사를 놔 주는 수수료 1만2천150원까지 지원되기 때문이다.
똑같은 백신을 병·의원에서 접종하면 단가가 보건소보다 높은 2만750원으로 껑충 뛰는 셈이다.
백신 접종 비용은 중앙정부가 50%, 시·도가 15%, 시·군이 35%를 떠안는데, 그 금액이 만만치 않다. 지자체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해 공급된 올해 독감백신은 전국적으로 575만2천21도즈이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96.3%인 553만9천41도즈가 접종됐다. 정부 조달가를 기준으로 할 때 백신 가격은 총 416억원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무료접종에 투입하는 비용은 이보다 몇 배나 많다. 무료접종 대상자들이 병·의원을 택하면 백신 조달가 외에 이의 2배가량 되는 접종 수수료와 배송료가 추가 지출되기 때문이다.
올해 보건소를 찾은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의 15%(83만972명)에 그쳤고 나머지 85%(470만8천69명)가 병·의원에서 접종했다.
이 인원으로 계산하면 보건소에 백신을 제공하는데 도즈당 7천510원씩 총 62억4천만원이 소요됐고, 병·의원에는 도즈당 2만750원씩 총 976억9천만원 지출됐다. 이를 합하면 무려 1천39억3천만원이나 된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보건소에서 100% 접종했을 때는 416억원이면 되지만 무료접종 기능이 병·의원으로 나뉘면서 백신비 외에 수수료·배송료 명목으로 623억3천만원의 예산이 더 지출되는 것이다.'
병·의원 접종 비율이 90%를 넘는 지역은 세종시를 제외한 7개 시와 경기도를 포함해 8개 시·도다. 충북과 경남은 80%대를 웃돌고 경북은 70%대다. 나머지 6개 시·도는 그 이하이다.
충북도는 병·의원 접종 증가에 따른 예산 부담을 덜기 위해 보건소에서 100% 접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충북의 경우 도내 병·의원과 운송업체에 지급해야 할 예산이 무려 33억2천만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절반을 도와 관내 11개 시·군이 내야 하는 만큼 예산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사정은 재정이 열악할 다른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접종 대기 시간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접종이 작년부터 병·의원으로 확대됐지만, 그 이전에는 보건소가 무료접종을 전담했다. 굳이 병·의원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보건소 자체적으로 무료접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하면 충북의 경우 무료접종 비용을 총 14억9천만원으로 낮출 수 있어 21억2천만원의 국비와 지방비를 아낄 수 있다. 충북도는 지난달 28일 질병관리본부에도 이런 취지의 개선방안을 건의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병·의원 접종 비율이 높아질수록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예산 부담이 커진다"며 "보건소에서 무료접종을 100% 도맡는다면 전국적으로 수백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현행 접종 방식을 유지하겠다면 국비 부담 비율을 현재의 50%에서 7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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