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뉴스와 절망을 함께 전한 것은 아닌가"
손석희 앵커는 지난 27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일 터지는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며 '뉴스'라는 이름 아래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국민들은 비선 실세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손 앵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기레기로 전락한 대한민국 언론에 그나마 '양심'이 살아있음을 그가 몸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촌철살인으로 시청자들의 체증을 한 번에 내려가게 해준 손석희 앵커의 '앵커 브리핑'을 모아봤다.
1. 상실의 시대, 아니 '순실의 시대' (2016년 10월 26일)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가···그렇게 가슴 왼 편이 휑하니 뚫려버린 것만 같은 '상실의 시대', 아니 '순실의 시대'"
비선 실세 '최순실' 파문으로 상실감에 빠져있는 국민들을 위로한 손석희 앵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언급하며 '순실의 시대'로 전락한 대한민국을 꼬집었다.
2. 다시 묻는 '물의 안부' (2016년 9월 26일)
"물은 이다지도 잔인하고 공포스럽고 그리하여 사람들의 눈물을 뽑아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가"
이날 손석희 앵커는 시위 현장서 정부가 쏜 물대포에 맞아 목숨을 잃은 故 백남기 농민을 기리며 대한민국을 아프게 했던 '물'의 안부를 물어왔다.
4대강 사업으로 흐르지 않고 썩어있는 '물'과 한 농민의 목숨을 잃게 한 '물'을 언급하며 그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질된 '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었다.
3. 라면이 익어가는 시간...'3분' (2016년 8월 25일)
"끓는 물에 3분. 짧다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세상은 이들에게 그 행복한 3분마저도 쉬이 허락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지난 5월 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하다 목숨을 잃은 한 청년은 항상 가방 속에 컵라면 하나와 숟가락을 넣고 다녔다.
70년대 라면을 주식으로 삼았던 소시민들과 2016년 여전히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청년들을 이야기하며 손 앵커는 '3분'의 행복함마저 쉬이 가질 수 없는 우리 사회를 위로했다.
4. 그 기막힌 발언...'개와 늑대의 시간' (2016년 7월 11일)
"아… 그러나 듣자 듣자 하니 이제는 정말 별말을 다 듣고 삽니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어차피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을 내뱉었다.
손석희 앵커는 지금까지 불합리한 사회와 투쟁해왔던 민중들의 삶을 한낱 고위 공무원의 '망언'으로 훼손시킬 수 없음을 힘주어 말했다.
5. 의원실 씨족모임...'낙타의 코' (2016년 6월 30일)
"추운 사막에서 주인의 천막 안으로 코를 들이밀던 그 낙타들이 국회로 들어갔습니다. 국회의원의 가족이 인척이...여야 구분 없이 의원실을 차지하고 씨족모임이 되었다는 이야기"
지난 6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남용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특별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손석희 앵커는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행태를 '씨족 모임'이라 칭하며 12년간 표류해왔던 '친인척 채용 금지 법안'의 필요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