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쪽까지 살이 채 아물지 않아 흐리고 궂은 날이면 저려요. 손바닥 인대도 끊어져 손가락이 잘 굽어지지 않습니다."
광주지방경찰철 소속 손종기(51) 경위의 오른손바닥과 왼팔목에는 26년 경찰관 생활 동안 얻은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신경을 타고 올라오는 찌릿한 자극처럼 손 경위 몸에 상처를 새겼던 그 날의 기억은 간헐적으로 찾아온다.
손 경위는 올해 3월 25일 정신질환자를 병원으로 옮기게 도와달라는 119구급대 요청을 받고 광주 남구 주월동 한 아파트에 도착했다.
현관문 맞은편 욕실 안에서는 옷을 완전히 챙겨입지 않은 중년 여성이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손 경위 일행은 남편만 홀로 들여보내 여성이 옷매무새를 수습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지만, 심상치 않은 굉음이 현관문 너머로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선 순간 퍼렇게 날이 선 요리전문가용 칼이 손 경위를 향해 날아들었다.
왼팔 손목 주변을 20㎝가량 베인 손 경위는 동료와 함께 여성을 제압하고 나서 119구급대와 함께 대학병원으로 이동해 상처를 치료받았다.
손 경위 오른손바닥에 흉터를 남긴 사건은 그로부터 15년을 거슬러 올라간 2001년 4월 12일 일어났다.
마스크를 쓴 남성 2명이 차량 뒷좌석에서 여성을 데리고 있다는 다급한 신고전화가 112상황실에 걸려왔다.
소년원에서 만나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40대 남성 3명이 강도를 모의했다. 귀가하던 여성을 대전에서 승용차로 납치해 광주까지 끌고 내려왔다.
2명이 여성을 차량에 감금한 사이 나머지 범인은 신용카드를 빼앗아 은행에서 돈을 찾고 있었다.
현금다발을 챙겨 나오던 범인은 불심검문에 나선 경찰관 2명과 마주치자 흉기를 휘두르며 달아났다. 경찰관 1명이 가슴을 2차례 찔렸다.
당시 공조출동에 나섰던 손 경위는 순찰차로 범인을 가로막고 격투를 벌였다.
10여분간 이어진 몸싸움 끝에 손 경위는 범인을 붙잡았지만, 오른손 인대가 파열되는 상처를 입었다.
19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관 2천730명이 업무 중 공격을 당해 상처를 입었다. 이 가운데 3명은 크게 다쳐 결국 목숨을 잃었다.
2011년 666명이었던 공상자는 이듬해 601명에서 2013년 544명, 2014년 514명, 지난해 405명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지만, 경미한 사안은 신청하지 않는 경찰관이 많아 실제 공상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손 경위가 소속된 광주지방경찰청에서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75명의 경찰관이 공상을 인정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치안 최일선에서 일하는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이 다치는 경우가 많다"며 "후배들에게 출동 현장에 나갈 때마다 단단히 대비하라고 이르지만, 그 전에 공권력을 경시하는 풍조를 바꾸고 안전을 지킬 장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