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15년 전인 2001년 3월 4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주택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골목에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었고 소방관들은 결국 약 100여m 떨어진 곳에서 소방호스를 끌고 뛰었다.
다행히 진화작업 시작 5분여 만에 불길을 잡고 모두가 화재 현장 밖에 있었지만 집주인의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 아들이 안에 있다"는 집주인의 말 한마디에 소방관 9명은 주택 안으로 진입했다. 그때 건물은 '꽝'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앉았고 소방관 6명은 끝내 싸늘해진 주검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화재 이후 당시 소방관들이 구하려 했던 집주인의 아들이 친척집에 숨어있었고 화재는 아들이 어머니와 말다툼한 뒤 술을 먹고 홧김에 불을 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든 소방관들의 희생을 더 안타깝게 만들었던 홍제동 화재 사고.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한국 사회가 순직한 소방관들에 대한 대우가 너무 소홀하다는 점이다. 홍제동 화재 사고 이후 순직한 소방관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추모비를 세운 사람은 정부가 아닌 바로 유족들이었다.
화재 사고로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 아들을 잃은 유족들은 잊지 않기 위해 자비를 들여 순직한 소방관 6명의 얼굴을 동판에 새겼다. 그렇게 세워진 추모비는 서울 서부소방서(현재 은평소방서)에 있다가 지난 2013년 서울소방학교로 옮겨졌다.
그로부터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당시 한 순직한 소방관의 유족은 "소중한 생명들이 한 순간에 잿더미 속으로 사라졌지만 소방관에 대한 안전 대책이나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소방관들은 여전히 목숨을 내놓고 현장에 나간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안전처가 지난 7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 등을 벌이다 숨진 소방관이 6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년간 근무 중 다친 소방공무원은 모두 3천 241명으로 화재 진압 도중 부상 당한 소방관이 754명(23.2%)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이에 올해 안으로 위험현장 근무 공무원들의 직무수행 중 발생한 재해에 대해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합리적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의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화재 진압하다 순직한 소방관 '추모비' 유족이 세우는 나라 대한민국. 생명을 살리기 위해 주저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희생을 더이상 안타깝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