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부산 중구의 한 마트 아동용품 매장에 들른 김모(29·여) 씨는 눈 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어린 아들이 멘 가방에 줄을 연결시켜 손에 쥐고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은 수십㎝ 끈으로 이어진 아들이 본인 곁을 벗어나 진열대로 움직일 때면 "이리와"라며 손에 쥔 끈을 몸 쪽으로 잡아당겼다.
아들은 살짝 뒷걸음질쳐 결국 엄마 곁으로 되돌아갔다.
이 장면을 지켜본 김 씨는 "아이가 울거나 싫어하는 반응을 강하게 보인 건 아니었지만 아이를 꼭 그렇게 데리고 다녀야하나 싶었다"며 "내 딸에게는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실종이나 사고·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미아 방지끈'을 이용하는 부모가 최근 곳곳에서 목격된다.
미아 방지끈은 자녀 가방의 고리나 상반신·손목 등에 연결해 부모와 아이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준다.
시중에 유통되는 미아 방지끈 길이는 1m 안팎이다. 아이가 이동 중 팽팽한 끈 때문에 다치는 일을 줄이려고 끈 일부는 탄성이 있는 소재를 쓰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와 동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끌고 다니는 듯한데다 아이의 행동을 물리적으로 제약한다는 등 이유로 일부에서는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5살 딸을 둔 김민아(44·여·창원시 성산구)씨는 "미아 방지끈을 한 아이를 본 적 있는데 마치 '개줄'을 맨 것 같은 이미지가 연상돼 무척 안좋았다"며 "아이도 인격이 있고 스스로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아이가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손을 잡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조카를 유모차에 태워 외출한 김지영(38·여·창원시 진해구)씨는 "아이가 아무리 천방지축이라도 위험한 곳을 피하거나 유모차를 이용해야지 동물과 똑같이 취급하면 안된다"며 "(미아 방지끈으로 아이를 통제하는 것은) 학대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미아 방지끈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두 자녀를 둔 정은경(31·여·마산회원구) 씨는 "잃어버릴 수도 있고 어린이집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소풍갔다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 아니냐"며 3살 큰아들 가방에 미아 방지끈을 달아 사용한다고 했다.
성산구 주민 박정혜(38·여) 씨는 "아이를 야구장이나 마트에서 잃어버린 적이 있어 미아 방지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필요성을 인정했다.
자녀가 한 명인 가정이 늘고 갈수록 사고나 범죄 노출 우려가 커지다보니 과거와 달리 부모들 사이에서 미아 방지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각종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미아 방지끈을 구한다"거나 "끈이 보기에 별로인지…" 등을 묻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아 방지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제시했다. 다만 사용 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희경 창원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14일 "미아 방지끈 사용이 심각하게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증거는 없는 걸로 안다"며 "부모가 한눈을 파는 사이 아이들이 사고 위험에 빠질 확률이 더 크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다중 이용시설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소해서 반감을 가지기도 하지만 안전이 가장 중요한 이슈인 점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찬 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아이를 제어하는 방식이 늘어나는 것은 부모들이 아이를 보며 느끼는 불안·근심에서 출발한다"며 "제재를 가하기 전에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상황으로부터 널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을 분명히 전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방적으로 끈을 사용한다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거나 위축될 수 있다"며 "사용 전에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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