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노트 7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에서 과열로 연기가 나는 바람에 미국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들이 이륙 전 급히 대피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문제의 기종이 배터리 과열 결함을 보완한 교환 제품이라는 주장이 나와, 사실일 경우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일간지 USA 투데이와 WTTV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전 미국 켄터키 주 루이빌 국제공항을 출발해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로 떠날 예정이던 사우스웨스트항공 994편에서 발생했다.
이륙 10분 전인 오전 9시 20분께 탑승구에 대기하던 항공기의 기내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목격한 승무원들이 이를 탑승객들에게 알리고 바깥으로 대피하라고 지시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승객 75명은 사고 없이 항공기 밖으로 빠져나왔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해당 항공편의 운항을 취소하고 승객들의 탑승 일정을 재조정했다.
미국 언론은 발화한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기종이라고 전했다.
루이빌 공항 화재 조사 당국은 과열로 삼성 스마트폰에서 발화했다고 밝혔고, 사우스웨스트항공도 삼성전자 제품으로 추정되는 승객의 전자 기기에서 연기가 났다고 NBC DFW 방송에 확인했다.
다만, USA 투데이와 지역 신문인 켄터키 루이빌 쿠리어 저널,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더버지'는 교환받은 갤럭시노트 7이라고 표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순 배터리 과열 문제로 논란을 부른 갤럭시노트 7을 전 세계에서 전량 회수했다. 약 250만 개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그러나 이날 배터리를 교체해 새로 시장에 내놓은 교환 제품에서 배터리 과열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자 삼성 측은 긴장하고 있다.
새러 그린이라는 여성은 루이빌 쿠리어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볼티모어행 여객기 이륙 전 남편 브라이언의 갤럭시노트 7이 과열됐다고 한다"면서 "9시 약간 넘어 남편이 다른 사람의 전화를 빌려 내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남편이 전화기를 껐는데 펑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전화기가 발화하기 시작했고, 남편은 주머니에서 갤럭시노트 7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새러는 삼성전자의 리콜 정책에 따라 남편이 2주 전 지역 이동통신사인 AT&T 매장에서 새 갤럭시노트 7으로 교환했다고 주장했다.
'더버지'는 브라이언에게서 제품이 교환용 갤럭시노트7임을 보여주는 포장 박스 사진을 얻어 실었다. 포장 박스 부착된 네모 모양의 검은 표시는 교환용임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북미총괄은 공식 성명을 통해 "당사는 미국 항공 당국과 함께 문제의 기기를 회수해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동 기기를 회수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전까지 이번 사건이 신규 갤럭시노트 7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없고, 조속히 조사를 진행한 후 보다 정확한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9월 중순 리콜된 갤럭시노트 7 배터리 과열과 관련한 92건의 사고 보고를 받았다. 26건은 화재, 55건은 차량 또는 주차장에서의 화재로 인한 재물 파손이었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지난달 8일 갤럭시노트 7에 쏟아진 우려를 반영해 승객들에게 여객기에서 갤럭시노트7을 켜거나 충전하지 말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또 화재를 우려해 부치는 짐에도 갤럭시노트 7을 싣지 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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