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사람이 빠졌다" 폭풍우 치는 바다에 몸 던진 해경 구조대

인사이트연합뉴스


"사람이 빠졌다!"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몰고 온 집채만 한 파도가 5일 오전 8시 55분께 전남 여수시 오동도 방파제를 집어삼켰다.


거대한 파도는 방파제 위를 따라 걷던 여객선 미남크루즈호 승무원 6명 가운데 2명을 바다로 끌고 내려갔다.


배에서 내릴 때 미리 착용한 구명조끼 덕분에 승무원 2명은 물속에 가라앉지 않은 채 머리를 내밀고 호흡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승무원들은 이날 오동도 인근 여수 신항으로 피항한 여객선이 파도에 밀려 방파제와 부딪히자 출동한 해경 대원들과 함께 배에서 내려 뭍을 향해 걸어가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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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나와 있던 신승용 대장 등 여수해경 112구조대는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 구조태세를 갖췄다.


박정채·박창용 경사, 김명동·이세종 경장 등 4명은 2∼4m 높이의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로 뛰어들었고, 신 대장 등 3명은 육상에서 이들을 끌어올릴 준비를 마쳤다.


상황실에 구조 요청이 접수되기도 전에 이뤄진 122구조대의 행동에 망설임은 없었다.


검은색 잠수복 한 벌만이 구조장비의 전부인 이들은 거친 파도와 어지럽게 떠도는 부유물을 헤치며 승무원들에게 접근해갔다.


놀란 승무원들에게 붙들리지 않도록 등 뒤에서 구명조끼를 자락을 붙든 해경 구조대는 다시 방파제를 향해 거센 바다를 헤엄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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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이 차분함을 유지하며 구조에 몸을 내맡기도록 안심시키고 타일렀다.


마침내 승무원들의 팔이 방파제 외벽에 설치된 철재 사다리에 닿는 순간 20여 분간 이어진 극적인 구조는 마무리됐다.


해경은 승무원 발치에서 함께 사다리를 오르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냈다.


여수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는 "해경 122구조대는 수중수색 등 모든 구조 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훈련을 거쳐 완성된 정예 조직이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의 안전을 확인한 여수해경 122구조대는 숨돌릴 틈도 없이 미남크루즈호를 안전한 곳으로 예인하기 위해 성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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