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학교를 지키는 고된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대판 노예' 학교경비원의 급여 착취 구조의 실상이 드러났다.
민간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터무니없는 근로 계약 조건이 수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민간사업투자(BTL) 학교라는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학교 건립에 뛰어든 민간 사업자들이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려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의 최약자인 학교경비원들의 근로 여건을 악화시킨 것이다.
BTL 학교는 민간사업자가 SPC라 불리는 특수목적회사를 설립, 설계부터 자금조달, 건설, 학교관리, 운영(유지보수)을 맡는다.
정부나 시도교육청은 그 대가로 약속된 기간까지 시설투자비와 운영비 명목의 임대료를 사업자에게 지급한다.
BTL 학교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열악한 교육 재정 여건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육 환경을 발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충북에서만 2005년을 시작으로 54곳의 학교가 BTL 방식으로 지어졌다.
신설학교가 13곳, 이전하거나 개축한 학교가 2곳, 다목적교실 건설이 39곳이다.
현재 관리운영이 필요한 신설학교와 이전·개축학교 15곳은 2개의 SPC가 각각 나눠서 운영을 맡고 있다.
애초 민간사업자의 투자 목적이 수익의 극대화에 있다 보니 지나치게 인건비를 줄이려 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가장 만만한 학교경비원이 제물이 됐다.
24시간 근무를 하고도 이른바 '쪼개기 계약'으로 열악한 근무 여건에 시달리는 충북의 70대 학교경비원 A씨의 사례에서 쉽게 드러난다.
휴게시간을 1∼2시간씩 끼워 넣어 24시간 중 근무시간은 6시간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하루종일 학교를 지키는 이 학교경비원에게 돌아갈 몫으로 도교육청은 작년 기준으로 연봉 2천100여만원을 책정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계산해보면 A씨에게 170만원 정도의 월급이 돌아가야 하지만 정작 그가 손에 쥐는 돈은 100여만원 남짓이다.
중간단계에서 무려 40% 정도의 임금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셈이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A씨가 근무하는 동안 임금체계가 거의 변함이 없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수년간 이런 구조가 유지됐다는 얘기가 된다.
도 교육청관계자는 "업체 쪽에서 어떻게 경비를 학교경비원들에게 지급하는지는 정확하게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비용역비에 보안시설과 관련한 부대비용이 포함해 추정하더라도 임금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도내 다른 학교들도 대부분 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도 교육청과 민간사업자가 협약을 맺을 당시 조건이 달라 A씨의 학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 BTL 학교의 경비용역운영비 지급액은 2천100여만원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황이 비슷한 BTL 학교가 충북지역 말고도 상당한 수의 존재한다는 점이다.
과거 국내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앞다퉈 도입하면서 초·중·고등학교의 신설이나 개축, 국립대 기숙사 확충 등의 많은 교육 분야 건설사업에 진출했다.
민간사업투자 방식으로 건설된 학교는 전국에 모두 1천204개교나 된다.
경기도가 406개 학교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서울 141개교, 경남 126개교, 인천 72개교, 전북 58개교, 울산 56개교, 충북 54개교, 강원 50개교, 경북 46개교, 전남 41개교, 대전 34개교, 대구 33개교, 충남 30개교, 부산 29개교, 광주 20개교, 세종 8개교 순이었다.
지역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학교경비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는 지적이다.
조형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일반 공립학교 소속 학교경비원들의 부당한 처우 문제는 과거부터 지속해서 지적이 이뤄졌지만, BTL 학교 소속 경비원분들의 처우는 최근에서야 심각성이 드러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제대로 말을 못하는 근로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당국이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여 부당하게 임금을 착취당하는 학교경비원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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