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교동 원룸화재 의인, 쌍문동 아파트 화재에서 이웃을 깨운 의인 등 다급한 화재 현장에서 자신보다 이웃을 먼저 챙긴 의인들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서울소방재난본부 양천소방서에 따르면 그 주인공은 신월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사는 박대호(32)씨다.
박씨는 23일 오후 9시50분께 집에서 쉬던 중 플라스틱 타는 냄새를 맡고 불이 났음을 직감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몸을 피하던 중, 복도를 채운 연기를 보고는 방향을 틀어 위층으로 올라갔다. 집집이 초인종을 눌러 주민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린 것이다.
그러던 중 지하에서 '아저씨 살려 달라, 여기 갇혀 있다'는 중학생 A(14·여)양의 외침을 듣고 아래로 내려갔다. 이미 불이 번지고 있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내려갈 수 없었다.
박씨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건물 밖으로 나간 뒤 육중한 방범창을 맨손으로 뜯어내고 A양을 구조했다. 이어 집 안에 있던 A양의 오빠(16)도 건물 반대편에서 무사히 구출해냈다.
A양 남매는 연기를 마셔 곧이어 도착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
이날 불은 A양의 집 안을 태우고 약 5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소방당국은 "이 모든 일은 소방대가 도착하기 5분 전에 일어난 일로, 불은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며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박씨의 기지가 없었다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방범창을 제거하고 학생들을 구해냈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괴력이 발휘된 것 같다. 당연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양천소방서는 박씨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서장표창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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