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발레강습 후 원아를 홀로 놔둬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발레 강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제7단독 오원찬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발레 강사 김모(35·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2012년 1월 유치원이 있는 건물 지하 강당에서 발레강습을 한 후 A(당시 6세)양 등 원생 12명을 유치원 본원이 있는 2층으로 인솔했다.
그 과정에서 A양이 쓰러져 일행을 뒤따라 나오지 못했으나 김씨는 20초가량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지하의 불을 껐고, A양을 발견한 후에도 떼를 쓰는 것으로 생각하고 25초 후에야 다가갔다.
김씨는 A양이 위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다른 유치원 교사의 도움을 받아 4분 만에 인근 의원으로 옮겼으나, A양은 결국 사망했다.
검찰은 김씨가 A양을 홀로 놔둔 채 소등한 점, 쓰러져 낙오한 A양을 발견하고도 즉시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 피고인의 과실이고 그러한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김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김씨 측은 김씨가 A양을 발견한 즉시 담임교사 등에게 인도함으로써 구조토록 했고, A양에게 평소 심장질환이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간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대한의사협회의 소견서, 김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결과, 강당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A양의 사망 원인과 김씨의 예견 가능성 및 결과회피 가능성 등을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는 "업무상과실치사의 죄책을 묻기 위해서는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예견하지 못했고,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재판부는 "주저앉은 A양은 5분 후 의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심폐 정지가 진행됐다"며 "부검 결과 급성심장사가 사인으로 추정된 것으로 보아 이 사건은 원인이 심근증에 있었을 가능성이 큰 유아 돌연심장사의 유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급성심장사는 발병 징후가 없어 미리 알기 어렵고 5분 이내 심폐 정지가 충분히 가능한 질환"이라며 "A양은 보통 유아들처럼 생활했고 별다른 징후가 없어 김씨가 A양의 심근증이나 그로 인한 급격한 생리변화를 예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소등 등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감정적 자극이 심부전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하지만 A양의 경우 외부의 물리적, 정신적 충격 때문에 발병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문가 소견이 있었다"며 "김씨가 낙오한 A양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소등 퇴실한 과실이 없었더라도, 이미 심근증 때문에 발생해 진행 중인 급성심장사를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119신고나 심폐소생술을 즉시 하지 않은 것은 맞으나 급성심장사의 전구 증상으로 A양이 쓰러졌다고 생각하거나 곧 사망할 것이라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김씨는 A양의 위중한 상태를 인지하자마자 도움을 요청, 의원으로 이송했으니 김씨가 A양의 급성심장사를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회피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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