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서윤주 기자 = "당신들 돈이면 그렇게 쓰겠습니까?"
위의 말은 지난 1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지방자치단체를 향해 날린 일침이다.
이날 썰전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분별한 예산집행에 대해 다뤄졌다.
개그맨 김구라, 정당인 유시민, 변호사 전원책은 지방자치단체의 거대선호증과 쓸데없는 곳에 예산을 낭비하는 점을 지적하며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밖에도 지방자치단체는 배정된 예산을 다 쓰기 위해 엉뚱한 곳에 돈을 쓰는 일이 잦다.
대표적인 예로 '연말 보도블록 교체'를 들 수 있다.
현행 예산법규에서는 연말에 남은 돈은 일반회계로 일괄 귀속시켜 다음 연도의 예산으로 편성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해당 부서에서 남은 돈이 다시 자기 부서로 되돌아온다는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어떻게든 이 돈을 다 쓰려고 쓸데없는 곳에 예산을 낭비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어쨌든 그들이 쓰는 돈은 곧 국민의 세금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그 누구도 자신이 낸 세금이 허투로 쓰이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아래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사업으로 세금을 낭비했는지 소개한다.
부디 이 부분이 개선되어 앞으로는 국민의 혈세가 허투로 새어나가는 일이 없길 바란다.
1. 인천 월미은하레일
무려 850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월미은하레일'은 2010년 6월 당시 "월미도를 인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야심찬 포부로 만들어 졌다.
그러나 이후 시험운행 과정에서 부실시공에 따른 안전성 논란 등이 제기되며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됐다.
결국 지난 7월 '인천모노레일(주)'은 '한신공영'이 설치한 기존 월미은하레일의 시설물 처분 권한을 '인천교통공사'로부터 넘겨받아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해당 사례는 업체의 비양심과 인천시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국민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2. 충북 괴산군 호랑이굴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2015 관광 100선'으로 꼽힌 충북 괴산군의 '산막이 옛길'은 선선한 날 주변의 경치를 보며 걷기 좋은 곳이다.
관광객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찾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산막이 옛길에서 문제가 된 것은 호랑이굴 앞에 설치된 안내판이다.
이 안내판은 '겨울이면 눈 속에 호랑이 발자국이 남겨져 있어 1968년까지 호랑이가 드나들며 살았던 굴'이라고 시작하더니, '산막이 옛길을 만든 임각수 군수가 청년 시절 창을 들고 사냥하러 다녔던 곳'이라는 다소 뜬금없는 설명으로 끝이 난다.
이를 본 관광객과 주민들은 "군수를 미화하는 문구를 새겨 넣은 것은 몰상식한 발상이다"고 말했지만, 군 관계자는 "단순히 사연을 소개한 것뿐이다"고 극구 부인했다.
3. 기네스 등재용 대(大)자 물건
짧은 임기동안 눈에 띄는 무언가를 보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장들이 '전시행정'을 하고 있다.
전시행정이란 실질적인 내용 없이 전시 효과만을 노리고 펼치는 행정으로, 그 예시로는 충북 영동 세계 최대 북, 경북 울주 세계 최대 옹기, 부산 세계 최대 회접시 등이 있다.
그들은 세계 기네스북 등재를 위해 이 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솔직히 이는 국민에게 그 어떠한 이점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새로운 기네스 등재용 물건을 만들 바에 차라리 원래 있던 문화재를 가꾸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4. 인천 남동타워
"인천의 남산타워가 될 것"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남동타워는 어느새 흉물이 되고 말았다.
민간 운영자가 수년간 경영 악화를 겪다 1년 전부터 아예 손을 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종종 그곳을 찾던 주민들도 얼마가지 않아 "전망대에서 보이는 거라곤 공장뿐이며 내부도 너무 좁다"라며 발길을 끊었다.
남동구 관계자는 "흉물이 되지 않게 하려고 여러 부서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사람들의 마음은 돌아선지 오래다.
5. 경남 산청군 한반도 모형 숲
최근 경남 산청군은 관광명소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멀쩡한 지리산 웅석봉 부근을 밀어버렸다.
문제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시행한 일이라 자칫 잘못하면 노는 부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완공시킬 예정이다"고 말했지만, 산청군 주민들은 "아무런 계획도 없이 예산을 쓰다니 너무 무책임하다"며 분노하고 있다.
서윤주 기자 yunj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