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700만 관객 영화 '터널'의 소름돋는 원작 결말

인사이트영화 '터널' 스틸컷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 여름을 강타한 영화 '터널'의 원작 소설은 결말이 전혀 딴판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영화 '터널'에 나타난 해피엔딩과는 다른 원작 소설의 소름돋는 새드엔딩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에서 터널 붕괴 사고로 콘크리트 더미에 갇힌 이정수(하정우)는 한달이 넘는 사투 끝에 결국 구조된다.


하지만 원작 소설 '터널'에서는 그렇지 않다. 더뎌지는 구조 작업과, 생사 확인이 안되는 이정수 구조 작업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는 데까지는 같지만, 그 후에는 비극의 연속이다.


여론의 압박, 날마다 집으로 찾아와 항의하는 사람들로 인해 이정수의 아내는 '구조작업 중단'을 선언하고 라디오를 통해 그 소식을 들은 이정수는 차량에 불을 붙여 자살을 하고 만다.


이후 터널이 뚫리고 불탄 차량에서 이정수가 발견되면서 구조작업 중단을 선언한 이정수의 아내에게 여론의 비난이 쏠리고 결국 아내도 딸과 함께 자살을 택하기에 이른다.


큰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사고의 원인을 파헤치며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되면 돌변하기 시작한다.


피해자 구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의 존재를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여기며, 미디어를 통해 생산된 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분노의 대상을 찾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원작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보는 이들을 너무 절망에 빠뜨리지 않도록 유머러스함을 가미하고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소설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뒤늦게 원작 소설의 결말을 알게 됐을 때 더욱 괴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