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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망명' 업고 국내 진출, 다음카카오 새 보안정책 고심
'사이버 망명지'로 떠오른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공식 한국어 앱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텔레그램은 지난 2일 한국어 번역 전문가를 모집한 데 이어 '자주묻는 질문'(FAQ) 한국어 웹페이지를 내걸더니 급기야 7일 공식 한글 앱(안드로이드 버전)을 내놓으며 국내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텔레그램의 이러한 발빠른 대응은 검·경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 이후 급격히 증가한 한국 이용자들을 이른바 충성도 높은 이용자로 가두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른바 사이버 망명 현상을 등에 업고 '한국 특수'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이용자들이 쓰던 텔레그램 앱은 개발자들이 오픈소스를 이용해 만든 비공식 버전인 데다, 실제로 채팅 기능을 활발히 사용하는 활동이용자(AU) 규모가 미미했던 것도 공식 한글 앱 출시를 앞당기게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마커스 라 텔레그램 언론·지원 부문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만 150만명 이상의 한국 사용자가 등록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월 5천만명이 텔레그램을 쓰고 있는데 한국은 이런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사이버 망명' 현상을 주시하면서도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개연성도 있다고 봤던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텔레그램 앱 다운로드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다 정식 서비스마저 나오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09년 'PD수첩 사건' 이후 국내 누리꾼들이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의 G메일로 대거 이탈한 현상이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검찰이 밝힌 '온라인 상시 모니터링' 대상에는 비단 카카오톡(카톡) 뿐만 아니라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모두가 해당한다. 이를테면 네이버의 메일, SK커뮤니케이션즈의 메신저 네이트온도 언제든 '검열 그물망'에 낚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독 카톡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사찰 의혹'에 이어 다음카카오 최고 경영진들이 최근 간담회 석상에서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으면서 카톡이 '사이버 망명' 바람의 진원지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통합법인 출범과 함께 검열 논란에 휩싸인 다음카카오는 현재 내부적으로 '비상시국'을 선포하며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안기술 담당팀은 검열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보안 정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보안 서비스로는 ▲ 수신확인 메시지 영구 삭제 ▲ 프라이버시 채팅 기능 삽입(라인·텔레그램과 유사)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메시지 전송 속도 등 사용성과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실정법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다음카카오로선 검열 논란에 휘말린 것 자체가 억울할 수 있다"면서도 "이용자들이 안심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출구전략을 천천히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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