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30일(월)

"나라 빼앗긴 치욕 잊지 말자"…경술국치일 조기게양 전국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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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910년 8월 29일은 우리나라가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한 치욕적인 날이다.


같은 해 8월 22일 대한제국 내각 총리대신이던 이완용과 일제 한국통감 데라우치 마사다케가 합병조약을 하고 8월 29일 조약이 공포됨으로써 우리는 국권을 상실했다.


경술년에 국가가 치욕적인 일을 당했다는 뜻에서 '경술국치'란 명칭이 붙었다.

 

광복회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경술국치의 치욕을 잊지 말자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한 선열의 넋을 기리고 후손에게 국가의 존엄과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자는 취지다.


일부 관공서는 수년 전부터 당일 아침 조기를 게양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조기 게양을 독려하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9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2013년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하는 내용을 담은 '경기도 국기게양일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또 법이 정한 국기게양일 외 정부로부터 공인받은 국제행사·국제회의 개최 기간과 도의회에서 필요하다고 의결한 날 국기를 달도록 했다.


노인복지시설과 보육시설의 국기게양대 설치를 지원하고, 취약계층과 국가유공자 등에게 태극기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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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주삼 경기도의원은 "경술국치일 조기를 게양함에 따라 나라를 빼앗긴 날을 잊지 않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 기여하게 됐다"며 "경기도를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경술국치일 조기 달기는 이듬해 대전, 광주, 인천, 대구, 경북, 충북, 제주 등으로 퍼졌다.


최근에는 부산시의회와 충남도의회에서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달자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분위기다.


부산시의회 이상갑·박광숙 의원은 경술국치 106주년인 지난달 29일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하자는 내용의 '부산시 국기게양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


조례안은 정부 공인 국제행사와 부산시민의 날(10월 5일), 경술국치일(8월 29일) 외에 시의회 의결로 정하는 날을 국기 게양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제 치하 광복을 위해 희생한 선열의 넋을 기리고 후손에게 국가의 존엄과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자는 취지로 경술국치일을 조기 게양일로 지정하자는 내용도 조례안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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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충남도의원도 최근 충남도민의 날(10월 5일)에 국기를, 경술국치일(8월 29일)에 조기를 각각 게양하자는 내용의 '충남도 국기게양일 지정 및 국기 선양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깃봉에서 깃면의 너비(깃면의 세로 길이)만큼 내려서 게양하고 기관에서는 함께 게양하는 다른 기(기관기, 새마을기 등)도 조기로 게양해야 한다.


차량이나 보행자 통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거나 깃대의 길이가 짧은 경우 등 부득이한 경우에는 조기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최대한 내려서 게양하면 된다.


조례안은 충남지사가 국기 선양을 위해 글짓기·그림 그리기 대회, 사진 전시회, 국기게양대 설치 지원 사업, 국기 사랑 운동 및 전 도민 국기 달기 운동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경술국치일 조기 달기 운동이 진행되면서 내년 경술국치일에는 전국 대부분 기관, 학교, 기업, 가정 등에서 조기가 내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재영 광복회 홍보팀장은 "경술국치 조기게양 운동을 시작한 뒤로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거나 추진하고 있다"며 "후세들에게 나라와 주권의 중요성을 일깨워 두 번 다시 그와 같은 역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국민적 결의를 다지기 위해 모든 국민이 조기게양에 참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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