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오스카 와일드의 고전 명작을 원작으로 한 김준수 주연의 '도리안 그레이' 뮤지컬이 공개됐다.
최고의 제작사 씨제스가 만든 창작 뮤지컬을 증명하듯 의상, 무대, 영상 등 볼거리가 화려했다.
주연 배우들의 가창력도 좋았고, 영원한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예쁘장한 청년 도리안 역에 김준수도 무척 잘 어울렸다.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답게 뮤지컬을 즐겨보지 않던 사람들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영국 런던 사교계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를 이야기를 그린다.
아름답고 순수한 청년 도리안은 화가인 배질 홀월드가 그려준 자신의 초상화에 반해 젊음과 아름다움을 탐하게 된다.
도리안은 어리석게도 쾌락주의자인 헨리 워튼의 말에 넘어가 '영원한 젊음'과 '영혼'을 바꾸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이후 도리안은 도덕이나 양심보다 아름다움을 우선시 하는 '유미주의'에 빠져 파멸과 향락의 길을 걷는다.
도리안은 이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본인 때문에 자살하는 비극을 경험하지만, 자책하기는 커녕 그녀의 죽음 마저 '아름다운 죽음이었다'고 합리화해 관객을 소름돋게 만든다.
김준수는 이번 작품에서 '늙지 않는 청년'이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의 깔끔하고 세련된 마스크는 신비로운 도리안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또한 아이돌로서 많은 무대에 섰던 경험 때문인지 무대 장악력도 뛰어났다.
그는 엄청난 성량으로 대극장을 꽉 채우며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만든다. 특히 12년 차 '댄스 가수'답게 격렬한 춤사위로 두 눈을 호강시켜줬다.
1막 11장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클라이맥스로 이때 춘 브레이크 댄스는 '김준수가 아니면 그 누가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일반 대사를 칠 때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 있었다.
도리안은 순수함과 치명적임, 섹시함, 잔혹함을 순차적으로 연기해야 했다.
하지만 김준수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 하는 게 익숙지 않아 보였고 결국 그 불편함이 관객에까지 전달돼 몰입을 방해했다.
작품 구성에도 다소 문제가 있어 보였다.
원작의 방대한 내용과 메시지를 3시간에 담기 버거웠는지 충분한 설명 없이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왜 헨리가 쾌락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는지, 왜 도리안이 헨리의 감언이설 몇 마디에 쾌락주의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인지, 왜 도리안이 양성애자가 되는지 등 중요한 설명이 빠져 내용이 완벽히 이해되지 않았다.
'도리안 그레이 초상'이 전하는 바가 워낙 방대해 어느 정도는 감안할 수 있지만, 긴 서사를 어떻게 치밀하게 묘사할지는 계속해서 숙제로 삼고 연구해야겠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보완할 만큼 '일당백' 역할을 하는 김준수가 있기에 볼만한 작품이다.
사람들이 공연 리뷰에서 작품성보다 '김준수'를 더 많이 언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도리안 그레이'를 직접 관람해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3세 이상 관람가인 '도리안 그레이'는 내달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관객과 만난다.
원작을 기억하고 깊이 있는 공연을 기대한다면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10~50대까지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뮤지컬로 추천하고 싶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