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롯데그룹이 하반기 채용 인원 4명 중 1명을 인턴으로 채용해 '열정페이'로 청년들의 노동을 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롯데그룹은 오는 6일부터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룹에 따르면 채용인원은 총 1,300명이며 이중 인턴으로 채용하는 인원은 350명이다. 신입사원 4명 중 1명을 '인턴'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원래 인턴 제도는 대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기 전, 또는 취업 문을 두드리기 전 회사에서 실제 업무를 경험해보는 것으로 학생들의 진로 선정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인턴으로 들어왔어도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일 경우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는 열린 취업 제도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이같은 인턴 제도를 저렴한 페이에 대졸자에게 업무를 맡기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 많은 경우에는 정규직 채용을 위해 몇달씩 정규직처럼 일하며 평가를 받아야 하는 마지막 관문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른 바 다양한 명목으로 구직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일의 상징적인 표현인 '열정페이'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실제 국회의장 정책수석실 발표문에 따르면 무려 63만 명의 청년근로자(만 15세~29세)가 인턴 같은 채용 형태로 인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기피해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취준생들은 '인턴'이 험난한 취업 장벽을 오를 수 있는 사다리로 생각해 이마저도 감지 덕지로 여기지만 사실은 청년들의 근로 행위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대놓고 이뤄지는 것이다.
얼어붙은 채용시장에 활기를 주는 듯 공개적으로 하반기 채용을 한다고 공표했지만 그중 무려 25%의 신입사원을 '인턴'으로 부리겠다는 롯데.
이에 대해 롯데그룹 인사담당자는 이에 대해 "열정과 능력이 있는 청년들이 좀 더 쉽게 롯데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직무경험형 인턴을 신설했으며 계열사마다 다르지만 인턴에서 정규직 전환율을 70% 수준까지 올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차례의 관문을 넘어 인턴으로 뽑힐 하반기 롯데 신입사원의 1/4은 또다시 '인턴' 딱지를 달고 경쟁적으로 회사 생활을 하며 정규직이 확정될 때까지 불안감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윤혜경 기자 heak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