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운전 중 마비가 온 여성은 창문으로 고개를 비틀어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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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경찰관이 힘을 합쳐 운전 도중 응급 상황에 부닥친 50대 여성을 재빨리 병원으로 옮겨 목숨을 살렸다.


22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윤모(50·여)씨는 이달 18일 오후 4시께 부산의 동생 집에 가려고 승용차를 몰고 청담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윤씨가 갑자기 가슴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 건 청담대교에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호흡곤란과 함께 심장을 마치 누군가 쥐어짜는 것 같은 고통이 왔고, 운전대를 잡은 그의 오른쪽 손과 팔도 마비되기 시작했다.


윤씨는 왼쪽 손으로 힘겹게 핸들을 꺾었다. 가장자리 차로에 차를 세우고서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나니 왼팔마저 움직일 수 없었다.


휴대전화로 응급 신고도 할 수 없게 된 윤씨는 있는 힘을 다해 온몸을 비틀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다른 차량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부분 차량이 윤씨를 그대로 지나쳤지만, 한 트럭 운전자와 택시기사가 차를 세웠다.


이들은 윤씨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며 괴로워하자 대신 112에 전화를 걸었다. 이어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함께 손발을 주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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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순찰차 3대가 3∼5분 만에 잇따라 현장에 도착했지만, 구급차는 정체 때문에 현장에 닿지 못하고 있었다.


윤씨의 상태는 심각해져 손발이 오그라들더니 의식까지 혼미했다.


강남서 교통안전계 유경균·김영만 경장과 강동호 순경은 구급차를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씨를 순찰차 뒷좌석에 태우고 인근 병원으로 달렸다.


강 순경은 출발 직후 윤씨가 의식을 잃자 심폐소생술을 했다. 다행히 윤씨는 10분 안에 병원에 도착했고 치료를 받고서 회복했다.


강 순경은 "숨을 쉬지 않고 의식을 잃어서 교육 때 배운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면서 "당시 운전자를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 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윤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와 과호흡증이 왔다는 진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 상황을 무사히 넘긴 윤씨는 "다들 지나치는데 바쁜 생업을 멈추고 달려온 트럭 운전자와 택시기사께 정말 감사하다"면서 "연락처를 미처 받지 못했지만 언젠가 꼭 뵙고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경찰관이 빠르게 판단을 내려줘 구급차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병원으로 이송해줬다"면서 "의식이 없는 나에게 1분만 버텨달라, 곧 병원에 도착한다고 말하던 것이 기억나는 데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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