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행복한 기억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 대표팀을 이끈 박세리 감독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눈물부터 흘렸다.
전인지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끝난 리우올림픽 골프 여자부 경기에서 공동 13위를 차지했다.
기대했던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박세리 감독을 비롯해 함께 출전한 '언니들'과 즐겁게 지낸 것 자체로 뜻깊은 일주일을 보냈다고 기뻐했다.
특히 박세리 감독의 따뜻한 보살핌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박 감독은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지도할 뿐 아니라, 선수들이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농담을 주도하고, 최고의 컨디션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요리사 역할까지 했다.
때로는 선배처럼, 때로는 친언니나 엄마처럼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지원해줬다.
양희영(27·PNS창호)은 "박 감독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 저도 그분을 보고 골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라고 박세리 감독의 존재감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주에 팀원들을 잘 챙겨주셨다. 먹는 것, 입는 것, 숙소까지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직접 해준 요리에도 큰 힘을 받았다.
기억에 남는 요리로 '부대찌개'를 꼽은 양희영은 "매일 아침 식사를 차려주셨다. 오늘 아침에도 샌드위치를 챙겨주셨다. 경기 중에도 선수들이 허기지지 않도록 육포 등 간식을 챙겨주셨다"고 박세리 감독의 살뜰한 보살핌에 감사를 전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요리해준 것에 대해 "그건 전혀 도움이 안 됐겠죠"라며 겸손해했다.
그는 "선수들이 최대한 편하게 시합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후배들이 어떤 마음으로 경기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이런 헌신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었다.
특히 선수들이 메달 기대감과 부담감을 많이 느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래서 더욱 '편한 감독'이 되려고 노력했다.
박 감독은 "메달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제가 더 편하게 대해줘야 했다. 그래서 재밌게 잘 보냈다. 농담도 주고받고, 서로 의지했다. 그런 힘이 컸다"고 돌아봤다.
박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최선을 다하자"였다. 그 이상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래서 '결과를 떠나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다치지만 말고 최선 다하자'라는 말만 했다"며 "마음 편히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가 고마웠다. 또 결과로 나와서 고맙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딴 박인비의 남편 남기협 씨도 그림자 외조의 힘도 컸다.
박인비는 올 시즌 손가락 부상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제대로 뛰지 못했고, 성적도 나오지 않았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생겼다.
하지만 남 씨는 박인비의 묵묵히 곁을 지켜주며 마음을 잡아줬다.
남 씨는 박인비가 금메달을 딴 이후에도 "저는 말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라며 미소와 함께 엄지손가락만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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