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과 방학으로 헌혈자가 감소하면서 혈액보유량이 '관심' 수준으로 급락, 전국 혈액원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혈액원 15곳의 평균 혈액보유량(17일 0시 기준)은 4.3일분이다.
혈액보유량 수준은 지역별 하루 평균 소요 혈액량을 기준으로 관심(5일 미만), 주의(3일 미만), 경계(2일 미만), 심각(1일 미만) 등 4단계로 나뉜다.
혈액이 가장 부족한 곳은 경기지역이다.
경기혈액원의 적혈구제제 보유량은 3.5일분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O형은 1.8일분에 그쳐 '경계' 수준까지 떨어졌다. AB형은 2.1일분으로 '주의' 수준이다.
경기 북부와 서울동서부를 관할하는 서울 서부혈액원과 서울동부혈액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들 혈액원의 적혈구제제 보유량은 3.9일분으로 '관심'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혈액관리본부는 혈액원들이 병원이 밀집한 수도권에 위치해 혈액수요는 많은 데다 휴가철과 방학으로 헌혈자가 감소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 혈액원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 혈액원 5곳은 전국 총 혈액량의 50%에 달하는 혈액을 병원에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혈액보유량도 전국 평균치보다 0.4일분이 모자란 3.9일분에 그쳤다. 이 지역 역시 O형이 2.8일분으로 보유량이 가장 적다.
해당 지역 혈액원은 폭염으로 단체 헌혈자가 감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하며 날씨가 선선해지는 9월 헌혈자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인천지역도 혈액보유량은 4일분에 불과해 타 지역보다 혈액이 부족한 상태다.
인천혈액원은 1월 중동 호흡기증 후군(메르스) 여파로 수술을 미뤘던 환자들이 병원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2.1일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단체들을 대상으로 헌혈을 독려한 인천혈액원은 혈액보유량을 '관심' 단계까지 끌어올렸지만, 휴가철과 방학 기간에 접어들면서 헌혈이 감소하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국 평균치보다 많은 4.8일분의 혈액을 보유한 충북·부산지역은 휴가철과 방학으로 감소한 헌혈량을 군부대나 단체헌혈에 의존하고 있다.
4.7일분의 혈액을 보유한 전북·경북·대구지역 역시 '헌혈 비수기'를 맞아 공공기관의 헌혈에 집중하면서 비수기가 끝나는 '개학'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경남지역은 혈액보유량이 4.5일분으로 전국 평균치보다 약간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보유량 감소 상황에 대비, 영화 관람권 등 증정품으로 헌혈을 독려하고 있다.
혈액보유량 적정 수준인 5일을 넘는 울산, 강원, 경남지역은 추석 연휴에 혈액보유량이 감소하는 것을 우려해 헌혈캠페인을 벌이며 헌혈자를 모으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휴가철과 방학으로 전국 혈액원의 혈액보유량이 감소하는 상황은 매년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전국의 혈액원은 서로의 혈액량을 파악하며 부족분을 채워주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부족현상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인 혈액 부족현상보다 저출산으로 인한 10대 헌혈자 감소 등 앞으로의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장년층의 헌혈을 독려하는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는 만큼 많은 이들의 헌혈 나눔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1∼7월 월평균 전국 헌혈자 수는 21만8천84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월평균 헌혈자 수인 23만7천832명보다 1만8천990명이 감소했다.
연령별 헌혈자 현황(이달 16일까지 집계분)으로는 전체 헌혈자 164만23명 가운데 20∼29세가 68만7천52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16∼19세가 50만505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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