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차를 몰고 집에 돌아가던 중 터널이 무너지는 상황.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충분히 생길 수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최근 영화 '터널'이 흥행하면서 지난 2월 터널 시공사가 터널이 무너지지 않게 돕는 안전장치인 '록볼트'를 대규모로 빼돌린 일당이 적발된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KBS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경주시 외동읍 울산~포항 복선전철 3공구 입실터널 공사에서 록볼트를 설계도에 나오는 수량대로 시공하지 않고 차액 20억을 챙겼다.
울산-포항 고속도로 터널 양북, 진전, 오천, 갈평 등 7곳에서 록볼트 3만 4천여 개가 누락된 것이다.
록볼트는 터널 굴착 공사를 할 때 암반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자재로 1개당 6만원에 해당할 정도로 꽤 고가에 해당한다.
록볼트를 박아 넣은 뒤, 그 위에 시멘트를 바르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록볼트가 제대로 시공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때문에 록볼트를 빼돌리고 부실시공을 하는 방식으로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안전부품이 빠진 채 부실 시공된 터널은 지난 2월 적발된 7개의 터널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해 말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 및 강원본부에서 발주해 건설 중인 14개 터널(5개 공사)에서 설계수량에 비해 평균 14% 적은 록볼트가 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감사원은 부실시공이 드러난 공구에 대해 "록볼트의 부족 시공으로 터널의 안전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영화 '터널'처럼 어느날 정말로 터널이 무너지고 사람이 고립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